왜 나는 찾아본 것만 ‘계속‘ 찾아보게 될까

나의 일상

by 싸이진

결정은 끝났는데 탐색이 계속될 때

리서치 자료를 만들어야했다. 첫번째 페이지의 주제는 방향은 정해졌다.

찾은 정보를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주제의 워딩은 어떻게 해야할지, 다음에는 무엇을 찾아야 할지도 머릿속에 있다.

문서의 구조 역시 대략 그려져 있다. 그런데도 손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검색창을 닫지 못한 채 레퍼런스 탭을 하나씩 더 열고, 이미 읽은 글과 비슷한 제목을 다시 클릭한다.

지금 당장 손대야 두번째 페이지 리서치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 첫번째 페이지 관련 정보만 계속 찾고 있다.


마무리는 급하게 훑게 된다

이 상태를 스스로는 신중함이라고 해석해왔다.

결정을 쉽게 내리지 않는 태도,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보를 더 찾을수록 새로 알게 되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봤던 이야기, 익숙한 논리들이 다른 표현으로 반복될 뿐이었다.

판단을 바꾸게 만드는 근거보다는, 이미 마음이 기운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자료들이 더 잘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한 태스크들은 계속 뒤로 밀리고, 시간은 줄어든다.

중요하지만 덜 익숙한 부분은 마지막에 급하게 훑게 되고, 마무리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자료의 양은 늘어나지만, 결정이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같은 정보만 계속 탐색하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정보를 찾고 있다는 느낌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 강해졌다.

이 상태를 오랜기간 겪고나서야 내가 하고 있던 건 판단을 다시 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려놓은 결정을 계속 붙들고 있는 행동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먼저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어서일 때도 많다.
혹은 새로운 내용을 찾아야 한다는 머릿속의 부담감이 아예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겉으로 보면 팀을 설득하기 위한 준비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이미 내려진 선택을 다시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료는 계속 쌓이는데, 실행은 늦어지고, 마무리 직전에 힘이 빠진다.

그래서 요즘은 정보를 더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잠깐 멈춰서 이렇게 묻게 된다. 지금 이 탐색은 정말로 내가 모르는 걸 알기 위한 걸까, 아니면 나의 마음속 불안을 덜어 내기 위한 불필요한 작업인걸까.

작가의 이전글AI로 글쓰기 비서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