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에 대한 이야기
2편에서는 심리학과 졸업생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통계 자료를 찾아보았다.
실제로 많이 가는 분야는 아래와 같은데 나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있다.
1위. 헬스케어 / 상담
2위. 세일즈 / 마케팅
3위. 교육
4위. 사회서비스
5위. HR / 조직관리
그런데 나는 이 다섯 가지 중 어느 것도 하고 있지 않다.
지금 나는 IT 회사에서 UX/UI 기획과 리서치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어떻게 심리학에서 IT로 흘러가게 되었는지 조금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UX 일을 하려고 심리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심리학과를 대학교에 들어올 때 선택했던 이유는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어서였다.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일.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멋있다고 느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심리학과에 진학한 뒤 관련 진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범죄심리나 프로파일링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생각보다 생물학 지식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업 중에 생물심리학을 듣게 됐다. 신경과 뇌, 그리고 행동 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수업이었다.
그 수업이 꽤 흥미로웠다.
그래서 생물심리 쪽 대학원으로 진학후 범죄심리 관련 직업을 도전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생물심리 대학원 진학을 위해 이곳저곳 학부생 인턴을 하러 기웃거리다보니 알게된 사실은
실험을 하려면 생각보다 프로그래밍이 필요했다.
실험 자극을 만들고 데이터를 수집 분석을 하려면 코드를 다루는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대학원 진학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실험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습득한다고 생각했고 좀더 본격적으로 배워보고자 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학부를 복수전공하게 됐다.
IT 공부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는 점이 많았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고 그 기술이 바로 적용되어서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사람들의 니즈나 행동을 파악해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서비스에 맞춰 다이어그램/ 코드등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점이 재미있었고 멋있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심리 + IT"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사람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과 다른 사람의 니즈를 파악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기술이 생각보다 잘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HCI관련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었다.
HCI 대학원에서도 여러 갈래가 있어 UXUI를 선택한건 또 이후에 있었던 일이지만
결국 지금 나는 IT+심리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회사에서도 심리학 전공자를 꽤 만난다는 점이다.
우리 회사 UX/UI 팀만 봐도 약 10% 정도가 심리학 전공자다.
처음에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UX라는 일 자체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걸 계속 관찰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이 분야로 오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심리학은 특정 직업/분야로 바로 이어지는 전공이라기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에 가까운 학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상담을 하게되고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사람들의 업무향상에 대해 관심이 있어 HR을 하게된다.
같은 전공에서 시작했지만 도착하는 곳은 꽤 다양하다.
그래서 심리학과를 졸업한 사람에게 결국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남는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사람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