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말.
주말에 군산을 다녀왔다. 이유는 여자 친구가 가보고 싶다고 툭 던진 말에 갑작스러운 여행을 떠났다.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 고속도로를 탔더니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군산까지 왔으니, 맛집을 검색했다. 든든하게 밥을 먹었다. 대단한 맛집이었다. 밥집 소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룰 예정이다. 배도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군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 (히로쓰 가옥)에 들렸다. 한국에 일본식 목조가옥이 있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꼈다.
두 번째로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갔다. 일반적인 박물관이겠지 생각하고 관람을 했다. 관람 중 무언가가 마음 '톡' 하고 건드렸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고 넘어갔다. 계속 관람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왔다. 이어서 군산 근대미술관, 군산 근대 건축관까지 관람을 마쳤다. 그리고 군산을 알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상처가 깊어 흉터로 남은 모습. 군산이 가지고 있던 과거가 선명해 보이기 시작했다. 왜, 일본식 가옥이 있는지. 왜, 근대 건축관이 있는지. 왜, 근대 미술관이 있는지. 왜, 근대역사박물관이 존재하는지.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졌다. 군산이 이렇게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곳일 줄은 몰랐다. 나는 처음에 그저 신기해서 눈으로만 담기 바빴었다. 군산의 아우성이 내 마음을 '톡' 하고 건드렸을 때는 인지하지 못했다. 알게 되니까 들리기 시작했다. 이 응어리를 간직하는 이유를.
군산에 다녀오고 난 후 나는 복잡했다. 몸은 현대에 있고 마음은 근대에 있는 느낌. 몸과 마음이 따로 있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분리되어 있지는 않다. 아마도 군산이 가진 응어리에 대해서 깊게 알고 싶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싶다. 이렇게 쓰고 보니 여운이라고 생각이 든다. 군산이 나에게 해준 말들의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