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속 벽에 부딪힌다. 그리고 또 부딪힌다. 계속 부딪힐 것이다.
얼마 전 운 좋게 대기업 공채 서류 전형에 합격했었다. 당시, 기쁘다는 감정이 들지 않았다.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공부를 시작한 지 별로 안 되었지만 제대로 하고 있구나,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안도감이 서서히 사라질 때쯤. 사전 테스트인 2개의 과제가 눈에 띄었다. 맨 처음에는 '까짓거 하면 되지!' 파이팅넘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벽에 부딪혔다. 과제 내용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부족한 지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개가 아니었다.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에 눈을 부릅떴다. 처음에는 이 과제를 하기 위해 지식부터 채워야 했다. 책상에는 급하게 배운 것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메모한 A4용지들로 채워갔다. 시간이 지나 피곤함이 두통을 만들었다. 지치고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웃음과 함께 한 마디가 툭하고 나왔다.
"하, 재미있다."
과제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나를 더 성장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학교 시절 느낀 성장통의 기억을 떠올렸다. 20대 후반이 되어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것에 웃음을 짓게 했다. 그리고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아 가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움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인가를 느끼며 한 마디 내뱉은 게 아닌가 싶다.
시간이 훌쩍 흘렀다. 과제 제출 기한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과 급하게 배운 것들을 활용하여 과제 2개를 제출했다. 무거운 가방을 바닥에 툭 하고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과제 전형은 불합격했다. 과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지 않았다.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정확히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을, 과제를 만들면서 알았다. 후회는 없었다. 정말 고마웠다. 나의 첫 포트폴리오를 높이 평가해 준 대기업, 나에게 과제를 준 현업인 분들에게 감사하다. 나에게 큰 경험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에 고맙다. 덕분에 나는 강해졌다. 그리고 다음 벽을 향해 계속 부딪힐 것이다. 피가 흘러 벽에 묻어도 더 강하게 부딪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