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려던 주제로 계속 이어나가려고 글 2개 정도를 정리하고 있던 중에 잼버리 사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해 또 삼천포로 빠집니다.
------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국뽕에 차오를 기대를 했습니다...
위치 선정 실패, 예산 집행 부적절, 폭염/장마/태풍 등에 대한 대책 부실 등...
공무원으로서 부끄럽습니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동원된 군인과 공무원부터 자발적으로 도와주신 시민분들과 기업, 단체들.
썩어빠진 행정 하나 때문에 고생한 잼버리 참가자들까지.
제가 다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허투루 세금 썼다 욕먹을까 봐
예산 목적에 맞지 않게 지출했다고 감사에 걸릴까 봐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이기에
온갖 스트레스받으면서도
양심을 지키고 최선을 다해온 공무원들이 참 많은데.
이런 일들이 결국 부패한 공무원 이미지를 만들고 선량한 공무원들조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게 만들죠. 그래서 국민으로서 공무원으로서 참담한 마음입니다.
이런 뉴스가 온종일 나올 때는 불만을 차마 얘기할 수가 없어 조용히 지내게 됩니다.
뭘 말하든 욕먹기 딱 좋은 상황이니까요...
예산이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 그것밖에 못해낸 그들.
이미 개최지 선정부터 답정너였으니, 민주적인 소통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공무원 조직은 참신하고 민주적이기보다는
상명하복에 보수적인 조직이니까요.)
재해재난 대책 계획은 탁상에서 만들어낸 비현실적 매뉴얼 따위었을 것이고요.
관련도 없는 사유를 지어내어 해외 출장까지 신나게 다녀오셨네요.
과연 책임은 누가 물게 될지.
부적절하게 집행된 예산에 대한 감사진행을 할지.
글쎄요.
분명한 건, 잘됐다면 그건 내(윗분들) 덕분이고
실패했다면 그건 하급 공무원들 때문이라 하겠지요.
------
사실 잘 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긴 합니다.
잘 됐다는 건 공무원들을 갈아 넣었다는 것이고
안 됐다는 건 수습하기 위해 공무원을 갈아 넣을 예정이라는 거니까요.
부디 잘잘못을 잘 따져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 덧붙이는 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네요.
예산을 미리 사용 목적에 맞게 편성했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편성해 두고 쓸 수 있었던 건지요.
10.29(이태원) 참사도, 오송지하차도 참사도...
사실상 공무원의 책임과 역할 부재로 일어난 인재임에도 제대로 된 처벌과 그렇다 한 해결이 없으니...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또한, 행정공백으로 일어난 사태들에 대해
역할을 못해낸 지휘부는 책임을 면하고
언제나 그랬듯 꼬리 자르기 식으로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그래서 참, 공무원 조직이 싫습니다.
책임질 것도 많고 억울해질 상황도 많고
본의 아니게 욕먹을 상황도 많으며
그 와중에 리더는 책임져주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