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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탈희 Jun 10. 2024

후회

나의 선재에게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를 봤다.

재밌다고 난리길래 주말 이틀 동안 16화까지 정주행 했다.


해피엔딩인데 슬펐다.

분명, 해피엔딩인데 마음이 아렸다.


학창 시절에 읽었던 인터넷 소설, 대학생 때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며 공감 가는 부분이 참 많아서 잠시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혼잣말 대사, 슬로 모션으로 보여주는 장면들, 툭하면 남주가 여주를 잡아주는 장면 등...

조금 오글거리기도 했고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꾼다는 설정이 뻔했지만


내 마음이 홀라당 빼앗겨버렸다.


나름 드라마 볼 때 작품 분석하며 보는 걸 좋아하는데... 세상에... 이런 스토리에 넘어갔다고? 내가?


배우들의 연기 때문일까, 연출 때문일까?

뭐지? 왜 이게 좋은 건데??!!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기는 처음이었다.


누구든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꿈을 한 번쯤은 꾸겠지만,

부질없는 상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연쇄살인을 막았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




드라마는 나의 후회병을 더 도지게 만들었다.


'아, 나도 학교에 있는 사자상에 올라가서 사진 찍어  걸.' 

'아, 그때 그 애랑 연애해 볼걸.'

'남자친구와 벚꽃길 데이트 해볼걸.'

'어차피 이렇게 될 거면, 그냥 그때 더 많이 웃고 더 밝게 지낼걸.'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살말고 병원 가서 약을 먹으며 우울증을 치료해 볼걸.'

'완벽하게 하려는 강박을 버리고 일단 시작할걸. 그리고 부족하더라도 자신을 칭찬해 주고 응원해 줄걸.'

'화려하고 예쁜 것을 탐내는 마음에 죄책감 갖지 말걸.'

'나를 더 사랑하고, 더 예뻐해 줄걸.'

.

.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고 그냥 할걸.'

'그때 오라고 했던 패션회사에서 일해볼걸.'


아... 야속한 시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어리석은 나에 대한 원망.


출근해서도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눈물을 찔끔거리며 하루를 보냈다.




10년이나 꿀었지만 신입생인 마음으로 한번 도전해 봐?

시켜주면 할 수 있는데...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서 10년을 버티면 마흔 중반쯤 나름 커리어를 쌓아 전문직인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런데 일을 시켜주긴 할까? 이제 기회는 없겠지?

막상 했는데, 완전 일 못해서 민폐녀 되는 거 아냐?


다들 결혼하고 애엄마인데,

공무원밖 사회에서는 팀장이 될 나이인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 가능해??


나 아니어도 일할 사람 쫙 깔렸는데,

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너를 채용하겠니??


물음표만 가득할 뿐.


시, 느낌표는 없다.




다시 살리고 싶은 사람.

다시 과거로 돌아가 만나고 싶은 사람.


나의 선재는

바로


'나'





자꾸만 주변을 보며 남의 기준에서 스스로를 가두지 마...

어떤 선택을 하든, 너를 위해 살아...

10년 뒤에도 같은 후회를 할 수는 없잖아?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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