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타협
요즘 밤 11시, 학업을 끝내고 돌아가는 밤거리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물론 기억하기도 싫은, 몸을 태우고 녹이는 살인적인 더위가 잠시 고개를 숙였지만, 그것 이상으로 내 몸으로 선선함이 스며든다.
적절히 타협한 오늘이 수고했다고 서늘한 바람을 불어주는 걸까, 쾌적한 보상이 아닌, 안주한 마음의 열기에 살얼음을 뿌려주는 걸까.
전자는 아닌 것 같고, 후자라고 하기엔 몸의 반응이 뚜렷하고 기쁘다.
어찌 됐건 몸은 편하니, 이런 고민 같지 않은 고민을 잠시 접어두자.
늦은 밤거리, 밤나무인지 참나무인지 모를 어떤 나무에 매미가 울고 있다.
어둠이 칠해진 시야 사이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매미의 울음은 이어폰을 낀 양쪽의 귀에 첨예하게 꽂힌다.
뒤풀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녀석들이 몸에 스미는 한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하고 낮에 타협한 게으른 자신에게 밤의 한기가 따가운 건 건가 하고, 맘대로 나약하다고 생각해 버린다.
음..... 녀석들은 낮에도 울고 있었던가.
잠시 이어폰을 거두고 지나가는 불빛을 닫고 흘러가는 바람도 멈춰본다.
맴맴.. 맴맴...
크게 들리긴 하지만, 낮에 들었던 작열의 태양과 같은 우렁찬 소리는 아니었다.
타협한 상황이라기엔, 그들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차갑게 식은 자신에게 무언가... 무언가... 참을 수 없는 감정도 식어버리고, 그런 자신에게 흘러나오는 한심함이 그들을 울게 할까.
나는 부끄러워 주섬주섬 이어폰을 찾는다.
그들의 불타는 차가운 울음소리를 더 듣다가는 내 몸도 더 이상 편해지지 않을 것 같다,
아아.. 나는 오늘 무엇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