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고 뜨거워...
짝을 지어 다니는 검은깨들이 날아다닌다.
세상에 사람이 가장 무서운 줄도 모르고,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고집 있게 붙어있다.
무당벌레조차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끔찍한 "현상"이다
그들의 역한 모습도 물론 현상에 일조하지만, 최악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다리 한번 손으로 쓱쓱 터는데, 난 그런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어렵다.
녀석들이 내 팔에 붙으면 몸이 놀라 꽤 격렬한 팔놀림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내가 나로부터 떨어져 지켜볼 때, 간혹 재빠르게 지나가는 버스라도 붙잡고 튀어나가고 싶어진다.
그러한 "현상"이 너무나도 싫다.
앞에 서 있는 할머니들도 녀석들의 공세에 팔다리로 엉거주춤 춤을 추신다.
꽃무늬 바지를 입은 이 구역의 일진조차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후후.... 후"
2쌍 정도 내 앞을 서성인다.
입으로 쫓아보고, 눈으로 째려봐도 녀석들의 망할 고집은 꺾일 기미도 안 보인다.
하물며 지금처럼 버스정류장에서 세월아 네월아 하는 상황에선, 묵묵히 움직이지도 않는 숫자 찌꺼기들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이렇게 느리게 가는 시간이 있을까 싶다, 푹푹 내 몸 곳곳에 퍼지는 축축함과 더불어 추한 몸짓을 아름다운 여성분들 앞에서 왕왕.. 더할 나위 없는 지옥이다.
".. 흡.."
".... 아!"
손이 살짝 얼얼하다, 기어코 사고를 친 어물쩍한 감각이 올라온다.
"아.. 죄송합니다"
고개를 돌리니 고운 얼굴의 여성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가까스로 숨기려 하고 있었다.
"아.. 네"
아까 느끼던 얼얼함보다, 뇌를 가격하는 따끔함이 나를 더 비참하게 했다.
작열하는 태양보다, 빨개진 나의 머릿속이 더 뜨겁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 악!"
나의 왼쪽가슴에 누군가의 물리적 타격이 느껴졌다.
"...."
이제 말을 꺼내야 할 시기인데... 이상하다, 왼쪽가슴부터 살며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
나보다 3cm 정도 커 보이는 적당한 체격의 남성분이 내 눈에 꽉 찼다.
"... 저.."
말을 꺼내려다 무심코 보고 말았다, 아까 내가 타격한 여성분과의 뜨거운 손깍지를.
이 남자는 태양보다, 내 왼쪽가슴보다 더 뜨거운 소심한 사랑의 표현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불타는 내 가슴 또한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저기요, 사람을 쳤으면 사과한마디는 하셔야죠"
달궈진 나는 말을 하는 도중 여러 파멸적인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기름을 붓고 있었다.
"네가 먼저 쳤잖아"
"뭐? 내가 언제 먼저 쳤어"
"하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분명 이런 가능세계도 생각했었는데 몸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닌 기분이다.
"그만해..."라고 여성분이 말하진 않았지만, 쥐꼬리만 한 옷 지락을 슬며시 당기고 있었다.
"깝치지 마라"
야멸스런 표정과 함께 그는 버스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후.. 후...."
머리에서, 몸에서, 구멍이 뚫린 어느 곳에서 든지 연기를 뿜었다.
차에 치여 뒤져라, 쓸모없는 새끼.... 하아.. 하아..
"후... 후...."
지나가는 벌레들도 살기에 놀랐는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휴..."
가까스로 열린 뚜껑을 닫았다, 나를 향한 시선을 의식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내가 너무 창피해...)
그 사이 버스가 도착했다.
시원한 공기에도, 여러 좌석이 남아있어도, 심지어 웃으시며 반겨주시는 기사님의 웃음에도 난 온전히 좋아하진 못했다.
참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