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3
요즘 들어, 금요일 밤마다 중학교 운동장을 찾는다.
2주도 남지 않은 수능을 준비해 끊긴 정신머리를 고치려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숭고한 일을 결행하는데 필요한 마음가짐은, 아직 없다.
오히려 찾아올 그날을 도망칠 궁리를 할 때가 많다.
나는 단지, 고통을 동반한 도피를 하고 싶을 뿐이다.
여기서 말한 고통도 대부분 파악하겠지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숨이 턱턱 막힐 때까지 다리근육을 움직이며, 차가워진 냉기를 헐떡이는 폐에 쑤셔 넣는, 섬뜩하지만 이기적인 도피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주는 처음에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뛰다 보면, 머리가 하얘진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머리뚜껑을 열어 뇌를 꺼내고 그곳에 운동장 모래를 가득 집어넣은 느낌이다.
그곳, 물 한점 없는 내 머릿속, 잔인하게 피는 꽃이 있었다.
나는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철저한 신뢰를 품으며 자랐다.
어릴 적, 비교적 영특한 머리가 부모님에겐 자랑거리였다.
과묵하신 어머니께서도 어느 정도 두각을 드러낸 나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 함박웃음을 보이며 끈기 있게 말을 꺼내셨다.
하지만 고3이 된 후, 현실을 직시한 내가 공부에 대한 말 수를 줄이자, 무언가 변화가 생긴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웃으시며, 격려의 말과 따뜻한 조언을 해주시지만,
예전 모습과의 간극은, 얼굴 주름에서 느껴지는 실망의 형태를 보여주었다.
그러한 비수를 내 손으로 찌르고 나서, 나는 발가락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었다.
달빛에 의존해 입김이 퍼지는 상황에서도, 근질거림은 끝나지 않았다.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소리는 고막에 묻을 만큼 들었다.
그렇지만, 무언가 빼앗아 갔다는, 착각일지 모르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지속된 도피를 한 결과, 감각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무뎌진 나에게 덜컥 겁이 났다.
적응해 버린 것이 아닐지, 덜컥 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