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재료라고 해서 모두 다 환경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특별히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충분한 이해 없이 그저 피상적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요람에서 요람으로, 윌리엄 맥도너, 미하엘 브라운카르트-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있다. 복지사회를 대표하는 슬로건 중 하나로 인간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삶 전반에 걸쳐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복지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과 비슷하게 녹색 건축에서도 생애 주기에 관한 말이 있는데, 좀 더 긴 범위를 요구한다. 요람에서 요람까지이다. 이는 건축을 설계하고, 건설할 때에 건물의 생애 전반을 다 포함해서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후 재탄생 또는 재건축될 것까지 포함해서 설계해야 된다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탄소배출이 철강 및 제조 산업에서 주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건축도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전체 탄소배출의 37%가 건축물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친환경 정책에 선도적인 유럽연합은 건축물 설계와 시공의 단계에서부터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제로에너지건축과 그린 리모델링을 강조하고 있다.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디자인에서부터 시공까지 환경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궁극적인 해결법은 아닐지라도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각종 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그 효용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AI.
녹색 건축 및 그린 리모델링에서는 AI가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건축에 AI를 가장 먼저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에너지 관리’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자재 및 설계 최적화’일 것이다.
우선, AI 기술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분석하여 실시간으로 ‘에너지 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 센서를 통해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조명, 냉난방 시스템, 환기 등을 자동으로 조정함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AI 기반 시스템은 날씨 예측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에너지 사용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재생 가능 에너지원(예: 태양광, 풍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빌딩 정보 모델링(BIM)과 결합된 AI는 건축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최적의 구조를 제안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는 건축물의 전체 수명 주기를 기준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예측해 건축 설계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AI는 건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및 예측 분석하여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장비의 고장을 알리거나 유지 보수를 제안할 수 있으며, 건물의 온도, 습도, CO₂ 농도 등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AI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에너지 절약 방안을 제공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홈 시스템과 연계해 사용자가 자리를 비우면 자동으로 조명을 끄거나 난방을 조절하는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AI는 사용자에게 에너지 절약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여,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분야는 ‘자재 및 설계 최적화’ 일 것이다. AI는 친환경 자재를 추천하고, 건물의 수명 주기 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자재 선택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AI의 데이터를 통해 건설 단계에서 재료 낭비를 줄이고, 폐기물 발생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AI가 위의 두 분야를 포괄하며 그린 리모델링에 적용된 예를 알아보면, 독일 빌다우 응용과학대학교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학교 강당과 실험실 건물에는 '건물 안에 또 다른 건물'이라는 공간 구조가 사용되었다. 이는 기존 건물 안에 새로운 구조물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건물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존에 기관차를 제작하던 건물 부지에 외관이나 골격은 유지한 채 새로운 구조물을 추가함으로써 교수 및 행정건물, 식당, 도서관 등이 만들어졌다. 건물이 약간만 노후화돼도, 철거하고 새로 짓는 우리나라의 재건축 관행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이 건물의 재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2010년에 있었던 건설 및 철거 활동을 바탕으로) 2030년부터 2050년까지의 질량 흐름을 분석하는 민감도 연구가 진행 되었고, 이 연구를 통해 건물의 생애주기, 즉 건설부터 철거까지의 전 과정에서 재료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를 예측 할 수 있었다. 이로써 건물은 향후 필요할 때 재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는 자재 저장소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UMD(University of Maryland)가 제시하는 새로운 그린 리모델링 패러다임이다. 이것은 건물의 전체 수명 주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 순환경제를 고려한 계획과 비용 관리’에 기반을 둔다.
앞으로는 건축물이 원자재를 보관하는 일종의 중간 저장소 역할을 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며,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구조화된 건물들은) 건축 재료의 재활용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건축물에 사용된 재료를 다시 재활용하여 사용함으로써, 원자재의 무분별한 소비와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며, 건축물은 자원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비엔나 모델이 있다. 이 모델은 환경 모델 도시인 비엔나에서 비용 효율적인 건설과 저렴한 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체계적인 접근법이다. 이 모델은 건설 활동 자체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건축 재료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여기서 BIM(건물 정보 모델링)은 건물의 복구 및 해체를 위한 재료를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도시 채광 접근법은 전면과 지붕에 밀폐되지 않은 개방된 공간을 제공하여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활용되며, 파사드 디자인의 일부로 화분을 이용해 파사드를 녹화하며, Green Pass의 지원을 통해 기후 최적화 설계를 공식적으로 인증한다. 순환 경제 원칙을 구현할 때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하버드 대학의 연구동 프로젝트는 BIM 기술을 활용하여 그린 리모델링을 수행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었으며, BIM을 통해 기존 건물의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손실이 큰 지점을 파악하고, 창호 개선, 단열 보강, 지열 에너지 시스템 설치 등을 진행했다. 리모델링 후 이 건물은 에너지 사용량이 50% 이상 절감되었으며, 탄소 배출도 크게 줄였다. BIM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 시뮬레이션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이다.
이와 같이 녹색 건축에서 AI의 활용은 지속 가능한 건축을 실현하는 중요한 기술적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쾌적하고 효율적인 생활 공간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녹색 건축 및 그린 리모델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AI 및 디지털 건축은 필수적인 방법론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