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구조적 필연, 그리고 허구

존재와 실재 #09

by 박종민

모든 것은 충족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존재는 결핍이다. 무엇이든 가지려 하면 사라지고, 손에 넣은 순간 의미를 잃는다. 욕망은 끊임없이 변한다. 나는 어제 다른 것을 원했고, 오늘 또 다른 것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충족되는 순간, 나는 다시 갈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삶이란 충족될 수 없는 것을 좇는 과정에 불과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지만, 나는 원한다. 원해야만 한다. 원하지 않는 순간, 나는 움직일 동력을 상실하고 무너진다. 고통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고통은 구조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통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욕망이 충족되지 않는 고통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이 충족된 후 다시 찾아오는 공허의 고통이다. 우리는 전자를 피하려 애쓰지만, 그것을 피한 순간 후자가 따라온다.

이를 피할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삶은 끝없는 불만족의 연속이며, 인간이 행복할 가능성은 본질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이해했다. 나는 고통을 피하려는 순간에도 고통을 만들고 있다. 고통을 없애려는 시도는 또 다른 고통을 불러올 뿐이다. 그러므로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모든 노력은 헛되다.

그렇다면 고통에서 벗어나보자. 초연함이란 무엇인가?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가?

초연함을 원한다는 것은, 곧 초연하지 않다는 뜻이다. 벗어나려 한다는 것은 여전히 거기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다. 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생각 자체가 또 다른 욕망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나는 고통과 함께 살아야 한다. 고통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애쓰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고통 그 자체다.
통이 없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쁨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고통은 지속된다.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삶은 원래 고통스러워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더 이상 초연해지려 하지 않는다. 그것조차 허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살아 있다.

이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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