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실재 #10
나는 고통받기 위해 살아가는 걸까, 아니면 고통받는 순간에만 살아 있다고 느끼는 걸까? 나는 언제나 고통을 찾아 헤맨다. 그것이 상상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할 때 상상하지 않는다. 행복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태다. 온전한 충만함 속에서는 상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고통은 다르다. 고통은 끝없는 상상을 자극한다. 죽음의 위협이 나를 덮칠 때, 고통이 나를 휘감을 때, 나는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
내가 아프면, 나는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떠올린다. 도망칠 방법, 살아남을 방법, 이 고통이 끝나는 방법. 내가 두려울 때, 나는 무수한 세계를 상상한다. 내가 고통 속에 있을 때, 나는 상상의 모든 문을 열고 그 안에서 나를 찾아 헤맨다.
고통은 내 존재를 증명한다.
고통이 없다면, 나는 나를 인식할 수 없다.
나는 행복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행복할 때, 생각을 멈춘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고통은 나를 현실에 붙잡아 두면서도, 동시에 나를 다른 차원으로 밀어낸다. 나는 상상의 세계 속에서 나의 고통을 재구성하고, 다시 해석하고, 다시 창조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는 끝없는 역설을 마주한다. 나는 실재하기 위해 고통을 찾지만, 고통이 없는 순간을 동경한다. 나는 상상하기 위해 고통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상상 속에서조차 고통을 끝내고 싶어 한다.
나는 고통 속에서 존재한다.
나는 상상 속에서 실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언제나 고통을 통해 나를 증명하고, 나를 정의하려 한다. 하지만 만약 고통이 멈춘다면,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나는 단순한 감각을 넘어, 나의 존재 자체가 고통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실재를 원하면서도, 실재하는 순간을 피하고 싶어 한다.
나는 존재하고 싶으면서도,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이 역설 속에서, 끝없는 상상을 이어나간다.
그러므로 나는 고통 속에서만 실재한다.
고통이 사라진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