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실재 #08
내가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었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독교는 인간이 원죄를 안고 태어났다고 말한다. 선악과를 먹은 것은 아담과 하와였지만, 그 죄의 결과는 모든 인간에게 전이되었다. 신이 공의롭다면, 왜 내가 태어나자마자 죄인이어야 하는가?
원죄란 단순한 윤리적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 자체의 한계를 의미한다. 인간은 완전한 존재로 창조되지 않았다. 자유의지를 부여받았지만, 그 자유는 신이 아닌 피조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신의 뜻에서 벗어나려 한다. 내가 이성을 탐구하고, 감각을 탐하고, 존재의 의미를 묻는 것조차도, 이 모든 시도 자체가 인간의 타락성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이것은 단순한 금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순간부터 이미 타락했다는 선언이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신을 닮고 싶어 했고, 신처럼 알고 싶어 했고, 신처럼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이 신을 이해할 수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신이 우리를 버렸다면, 혹은 애초에 신이 우리를 구원하지 않을 것이라면,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서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신은 인간을 구원하지 않는다. 구원이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애초에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은 신이 베푸는 은혜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 구원에 이를 수는 없다. 바울은 말했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에베소서 2:8)
이 말은 구원이 인간의 행위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
구원을 갈망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욕망이라면, 그것도 죄인가?
나는 살아남기 위해 신을 찾는다. 나는 진리를 알기 위해 신을 갈망한다. 나는 구원받기 위해 신을 믿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행위가 결국 나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조차 죄가 아닌가?
만약 신이 전능하다면, 인간이 구원을 갈망하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고, 그 자유의지는 필연적으로 욕망을 동반한다. 나는 욕망한다. 나는 구원을 원하고, 나는 존재의 의미를 원하고, 나는 신을 원한다. 하지만 그 모든 ‘원함’이 죄라면, 나는 결코 신에게 다가갈 수 없다.
이것이 원죄의 논리다.
나는 신을 원하지만, 신을 원하는 순간 나의 죄는 더욱 깊어진다.
나는 구원을 원하지만, 구원을 원하는 순간 나는 더욱 타락한다.
십자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독교는 십자가가 인간과 신의 화해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다르게 본다. 십자가는 오히려 인간과 신의 단절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예수가 마지막으로 외친 말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였다.
이것은 신과 인간의 가장 극단적인 단절을 의미하는 순간이다. 예수조차 신에게 버림받았던 그 순간, 나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신이 신의 아들을 버렸다면, 인간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만약 신이 가장 완전한 자를 구원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는가?
결국, 십자가는 신과 인간 사이의 분리를 증명하는 사건일 수도 있다. 신은 신의 영역에 머물러 있고, 인간은 인간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결코 신이 될 수 없으며, 신과 온전히 하나가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구원이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일 뿐인가?
나는 욕망한다. 나는 구원을 욕망하고, 존재의 의미를 욕망하고, 신을 욕망한다.
하지만 욕망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욕망하는 한 나는 신에게 다가갈 수 없고, 욕망하는 한 나는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끊임없이 갈망하지만, 그 갈망이 결국 나를 더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나는 구원을 원하지만, 구원이란 인간의 손에 닿을 수 없는 영역에 있다.
나는 신을 원하지만, 신은 나를 응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나는 믿을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이성은 허상이고, 감각은 순간이며, 신은 침묵한다.
결국 남는 것은 고통뿐이다.
나는 결국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