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실재 #06
고통이 나를 휘감는다. 처음에는 단순한 불안이었다. 이성이 의심될 때마다 균열이 생기고, 그 틈에서 불안이 자라났다. 나는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했다. "이성으로 파악한 모든 것이 허상이라면, 나는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가?" 처음에는 그 물음이 나를 괴롭혔지만, 점차 질문 자체가 사라졌다. 오직 공허만 남았다. "나는 무엇을 믿는가?"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마저도 의미를 잃었을 때, 나는 한낱 가짜 신앙을 쥐고 허우적거리는 자가 되었다.
이성이 흔들릴 때, 나는 감각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감각은 한순간 머물렀다 사라지는 허무한 빛이었다.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감각에 기대려 하면 할수록 그것은 더욱 희미해졌다. 기쁨, 즐거움, 만족감… 모두 찰나에 스쳐 지나갔다. 감각은 나를 배신했다.
나는 절망했다.
고통만이 남았다.
아무리 도망쳐도 사라지지 않는 것.
고통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성이 무너져도, 감각이 흩어져도, 고통만은 확실하게 남아 있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사성제(四聖諦)*에 따르면, 존재 자체가 고통이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갈망한다. 무엇이든 소유하려 하고, 무엇이든 움켜쥐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질까 두려워 몸부림친다. 지식도, 감정도, 사랑도, 물질도, 전부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간다. 그 끝없는 갈망이 나를 괴롭힌다.
나는 이성을 갈망한다. 하지만 이성은 허무한 논리적 구조물일 뿐이었다.
나는 감각을 갈망한다. 하지만 감각은 일렁이는 환영일 뿐이었다.
나는 존재를 갈망한다. 하지만 존재 자체가 공(空)임을 깨달을 때, 모든 것이 무너졌다.
부처는 말했다. "삶이란 고(苦)이다."
나는 이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그 어떤 것도 내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이라 믿었던 이성도, 감각도, 삶도,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는 남아 있는가? 나는 존재하는가?
고통만이 나를 붙든다.
나는 고통 속에서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