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생(猫生)

by 서완석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새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계단 밑에 앉아
동그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며칠 전엔 털색깔 다른 놈이었는데,
이번엔 또 어떤 놈일까?


나는 놈들이 날 피해 달아나는 게 싫어서,
놈들이 날 싫어하는 게 싫어서,
계단을 내려가지 못한다.


나랑 눈치싸움하던 놈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담을 넘어
이웃집으로 갔다.
저놈은 주거침입죄도 모르는 모양이다.


우리 이웃집 담 넘듯
휴전선을 넘어 그쪽 놈과 결혼해
다시 저 계단 밑에 와 앉아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난 매일
싱싱한 고등어 두 마리를 사다
냉장고에 쟁여놓고,
너희들 껴안고 볼 부비며 울 텐데.

너희들 매일 기다릴 텐데.
죽을 때까지 사랑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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