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한 알을 먹으며

by 서완석

포도 한 알이
혀끝에 닿아
톡 터지는 순간
오래된 여름의 기억이
가득 차오른다.


뜨거운 햇살과 비 냄새가
목구멍으로 스며들고

척박한 땅의 간절한 목마름 위로
햇살은 채찍이 되고
바람은 톱날이 되어
여린 잎과 줄기를 끊임없이 후려친다.


넘어지고 부딪히며 얻은
묵직한 인내.


견뎌낸 시간의 무게가
떫은 꽃차례를 단물로 바꾸는
하나의 기적.

고통의 땅에서만 피어나는
달콤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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