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그 한마디 만으로
나는 고향 마을 어귀에 가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고
깨복쟁이 친구들과 미역을 감고, 쥐불놀이를 하고
반딧불이를 호박꽃 속에 넣어 호롱불을 만들고
강냉이죽 한 그릇 더 달래려다
끝내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땐 그랬지!
그 한마디 만으로
나는 그녀의 집 대문 앞에서 한참 서성이고 싶고
이놈에게 살 길 알려주신 선생님들께 늦은 감사 인사 올리고 싶고
적조한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고
먼저 간 사람들에게 내가 없는 세상은 살 만하냐고 묻고 싶고
빈 술잔에 눈물 채우고
목 놓아, 목 놓아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와 나애심의 ‘백치 아다다’를 부르고 싶다.
그땐 그랬지!
그 말 한마디 만으로
나는 지금도 그 시절 문턱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