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작년 6월에 국립대학에 대해 18세 이하의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인문계 학부의 개편과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어느 국립대학장이 입학식 축사에서 비판을 하는 등 많은 반발이 일었다. 우리나라 교육부도 현재 ‘사회맞춤형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사업방안으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사업)과 ’대학 인문역량강화사업(코어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프라임사업은 이공계열과 의학계열은 인력수요가 증가할 것이나 사회계열과 사범계열은 학력인구의 감소로 인력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전망에 기초해 이 사업에 지원하는 대학들은 입학정원의 10%나 200명 이상의 정원을 이공계열로 이동시키도록 하고 있다. 코어 사업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계열의 축소라는 점에서는 일본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인문학은 인간과 문화를 종합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며, 사회과학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탐구하는 과학의 한 분야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학문적 토론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간판 하나 얻는 곳으로 기능하고, 학생들은 정보실용주의에 따라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숙련공이 될 것을 강요받으며, 교수들은 평가주의에 따라 유토피아적 열정은 접어두고 다량의 질 낮은 논문을 써야 하는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과학지식은 인간의 진정한 풍요로움을 실현하는 데 있고, 인간 없는 학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과학기술을 지지하는 기반과학인 인문사회과학이 없는 과학이 따뜻할 리는 없다. 그런데도 과학 기술의 성과라 할 수 있는 편리함, 쾌적함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는 그 대가로 무엇인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의 역할이 분석하는 데 있다면 철학을 필두로 한 인문사회과학의 역할은 종합해 평가하고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있다. 서양철학의 연구대상은 자연중심에서 인간중심, 그리고 신(神) 중심에서 다시 인간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과학기술중심이 판치는 현실에서도 우리가 인간중심의 학문인 인문사회과학을 경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우리 대부분은 알파고라는 인공지능(AI)이 세계 정상급의 바둑 기사인 이세돌을 이기는 것을 보면서 ‘과학의 쾌락’보다는 ‘과학의 폭주’에 두려움을 느꼈다. 인식일반원리에 따르면 보편은 항상 특수 안에서만 직관되고 특수가 항상 보편을 고려할 경우에만 사유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분리는 결합될 때 비로소 완전하고 결합은 분리될 때 명료하다.
그러므로 인식은 이러한 본질적인 목표, 즉 특수한 것을 보편적인 법칙과 질서 형식 안에 편입시키는 것을 향해 있다. 즉 과학이 더 큰 보편적인 법칙과 질서에 편입돼야 하는 것은 숙명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과학기술과 사회와의 괴리를 해결하고, 과학의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문사회과학이다.
대학은 시장원리에 따라 쉽게 도태될 수 있는 회사와 달리 다음 세대를 가르치고 기르지 못하면 공동체가 존속할 수 없다는 인류학적 요청에 의해 탄생한 곳으로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곳이다. 지금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브렉시트도 인문사회과학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이다. 바로 돈을 벌어주지 않는 학문이라고 해서 그것을 쓸모없는 학문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한 후 배운 서예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은 비용대비효과를 요구하는 시장의 상품이 아니며, 그 효과를 지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요한다. 그리고 인문학은 난세에 특히 빛을 발한다. 그리고 강대국이 되기 위한 필수요건 중 하나는 그 국가가 가진 문화적 역량인 소프트웨어이고, 그것을 창출하는 근본적인 원동력은 인문사회과학이다. 그래서 세계를 지배한 강대국들은 인문사회과학을 보호·육성했다. 인류역사를 보면, 인문사회과학 특히 그 중에서도 인문학은 반드시 다시 각광받을 것이다.
교육부가 인문사회과학분야를 보호하는 대학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보다 폭넓은 시야에서 교육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인문사회계열의 대학원 진학률 하락과 지망자의 질적 수준은 학문후속세대 단절을 거쳐 학문의 단종까지 부채질하고 있다. 법학분야는 로스쿨 도입 후 이미 그것이 현실화 됐다. 이러다가 교육부가 자칫 인문사회과학 불요론까지 주장하지 않을까 두렵다.
<한국대학신문 2016.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