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대학교 후배 진욱이 어머니 부고를 받고
부평 세림병원 장례식장에 갔다.
후배들, 경학·기연·일석·순민·상연·정근·민재·영휘가 모였다.
어머니 먼 길 가시는데,
여긴 동문회다.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부근에 사는 친구 명석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부평, 너 어디냐?”
“응, 나 삼성병원.”
“삼성병원에는 왜?”
“직장암 말기라네.”
“뭐? 장난치지 마, 짜식아!”
“진짜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해?”
“야, 이 새끼야!
그러니까 건강검진 받으라고 했잖아.”
친구가 아프다는데 욕이 나온다.
병원이 무섭다며 검진을 피하던
명석이란 놈이 미치도록 밉다.
후배들 데리고 ‘투다리’에 갔다.
놈들은 내가 글을 쓴다니
인공지능이 대신 쓴단다.
구독 좀 하랬더니
경학이는 눈 아프다, 스크롤 싫다.
그놈의 콧수염을 면도기로 밀어주고 싶다.
글 쓰는 형 놀리는 재미에 신난 놈들.
오늘 아침, 영휘만 구독했다.
친구가 아프다는데
우린 시시덕거리며 동문회를 했다.
웃음이 오래 남았다.
그게 더 미웠다.
내가 죽일 놈이다.
오늘 윤화, 그리고 성빈이와
멍청한 명석이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하느님, 멍청한 우리 명석이
제발 좀 낫게 해주세요.”
창밖엔 여전히 비.
내 우산만 거꾸로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