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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36

by 서완석

대학 선배에게 물었다.

"제 소설이 어떤지 솔직히 말해주세요."

"솔직히 말해, 재미없어, 너무 구체적이야."

내가 매번 글을 보낼 때마다 그가 느꼈을 피로감이 전해져 죄송스럽다.


'너무 구체적'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지금까지 내 소설이 "진짜 재미있다.", "언제 다음 편 올릴 거냐"라고

설레발을 쳤던 친구들은 뭐였나.


하! 요놈들 봐라. 선배의 솔직함 앞에서

그들의 달콤한 칭찬은 모두 배려라는 이름의 기만이었던 것이다.

내가 네놈들 다시 술 사주나 봐라.


그런다고 내가 글 그만 쓸 놈은 아니다.

내가 재미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새벽은 또 온다.
문장은 내 잠보다 길다.

글이 나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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