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던 나뭇잎이 마지막 잎새처럼 서서히 몸을 놓을 때쯤에는
이 세상 뭇것들, 겹겹이 껴입은 우울증 앓지 않나.
그것도 찬 바람 막으려 구멍 난 양말 깁고
무르팍 해진 내 바지 미싱으로 박으며,
문풍지 새로 갈아붙이던 엄마의 그 혹독한 겨울처럼,
시리고 시려 뼛 속까지 저려오는 우울증 앓지 않나.
함박눈이 이 세상의 모든 허물 덮을라치면,
이 세상 뭇것들, 얼굴 벌게져 터질 듯한 조증이라도 앓지 않나.
줄 달린 벙어리장갑 목덜미에 걸치고,
복슬강아지 꼬리처럼 신나게 흔들리던 방울 털모자 쓰고서,
문밖의 세계로 와락 뛰쳐나가던 내 유년의 겨울처럼,
신나고 신나서 세상을 다 가질 듯한 조증 앓지 않나.
겨울옷 입을라치면 양극성 정동 장애
생기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