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풍경

by 서완석

시험 치는 학생들 얼굴이 발그레하다.

사고의 회로에 불이 난 것이다.


붕티응옥안의 답안지가 애처롭다.

베트남어 아닌 한국어 글자가

타국살이의 서러움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다.

답안지가 먼저 울 것 같다.


선영이는 중지와 약지 사이에 볼펜을 끼우고 글씨를 쓴다.

그런데 글씨가 기어코 된다. 글씨가 분명 맞다.

볼수록 신기하여 잠시 시험 감독의 시름을 잊는다.

세상은 늘 뜻밖의 손끝에서 움직인다.


윤후 글씨가 춤을 춘다. 해독 불가의 몸개그에 가깝다.

저 미로 같은 답안지 채점하려면

25년 전에 끊은 담배, 다시 피우겠다.

연기라도 올라야 길이 보일 것 같다.


현호는 다섯 줄 써놓고 팔짱 낀 채 졸고 있다.

시험 시작 5분 만에 나가는 건 자기도 미안한 모양이다.

"그럴 거면 집에 가라" 하자

냉큼 일어나 "안녕히 계세요." 인사는 참 잘한다.

'인사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가르친 걸 잊지 않았나 보다.

F가 고통스러워하겠다.


예진이, 윤서, 태현이 답안지 깔끔하다.

깔끔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얌전하다.

읽다가 허당 밟을까 슬그머니 걱정된다.

그러나 A가 손 한 번 잡아 줄 거라 믿고 싶다.


채점만 없으면 교수생활 할만한데

채점 마감일이 되면 내 사고회로도 곧 119 부를 것이다.

어제는 구의역에 있는 횟집에서 종강파티를 했습니다.

좌측 안쪽부터 이철송교수님(건국대 로스쿨 석좌교수), 이재승교수님(건국대 로스쿨 법철학 ), 김홍석 박사(노동법), 우측 안쪽부터 필자, 이웅영교수(가천대 강사, 전북대 동북아법 연구소 연구교수), 임리정(건국대 재학 중인 중국인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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