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군가가 나를 그의 눈빛으로 봉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어쩌면 영원히, 나는 타인의 자오선 위에서 흔들리는 눈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 나의 눈으로 한 영혼을 재고 있다. 그러나 내 기록에는 그가 C+, 그녀가 B-로 남을지라도 어쩌면 그들 자신의 연대기에는 이미 빛나는 A+일지 모른다.
어제의 무게로 오늘의 싹을 짓누르지 말 일이다. 오늘의 투명한 시선으로만 그들을 읽어낼 일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그들 또한, 내가 배설한 것들을 치우며 얼굴 찡그릴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을.
나는 내가 던진 질문으로 그들의 답안을 묶어두지만, 그들 또한 내 삶의 태도와 진실을 말없이 채점하고 있다.
인생은 서로의 빛을 비추는 거울의 미로. 타인을 나의 편협한 불빛 아래 가두지 말고, 나를 타인의 그늘에 무덤처럼 묻지 말 일이다. 나의 눈으로 나를 보고, 수많은 타인 눈으로 나를 다시 살필 일이다. 금이 간 거울에 비친 얼굴이 더 정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건넨 A+ 하나가 그들의 전 생애에 드리운 F의 그림자일 수도 있고, 그들이 내게 남긴 찬사가 내 영혼 어딘가의 과락으로 기록될 수도 있으니, 어찌 인간의 역사가 만점의 백지이기만 하겠는가.
여보게. 힘내시게. 내가 본 것은 자네들 인생의 먼지 한 톨일 뿐. 자네들의 찬란한 삶은 아니라네.
어제는 제가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린 지 4개월째 되는 날입니다. 새삼스럽게 뒤를 돌아봤습니다. 이만큼이나 썼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