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49

by 서완석

내 선생님들께서

'글쓰기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고 하셨기에

그것이 엉덩이로 자기 이름쓰기만큼 쉽고, 걷기만큼 아주 쉬운 운동인 줄 알았다.


볼테르가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라고 했다기에

"낡고 구멍 난 양말을 버리고 새 양말을 신었다"라는 문장에서 형용사를 모두 빼버렸더니

"양말을 버리고 양말을 신었다"가 되었다.


선배들이 일단 그냥 써보라기에

"그는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문 너머의 공기가 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문을 연 채로 문손잡이를 잡고 문밖으로 나갈지 고민하며 문앞에 서있었다."

'문'만 남았다.


선배들이 '보여주지 말고 느껴지게 하라'는 묘사의 원칙을 설명하기에

"하늘은 수아의 마음을 아는지 회색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했고, 구름은 습도 85%의 눈물을 머금은 채 느릿하게 기어갔다. 나뭇잎 하나가 비틀거리며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수아의 파편적인 자아같았다."라고 쓰고는 흡족해서 잤다.

아침에 일어나 "수아는 슬펐다"로 고쳤다.


글쓰기가 쉽다는 건 분명히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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