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가 을지로 남포면옥 옆, 굴찜 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오후 5시 20분인데 딱 두 자리 남아 있어 우선 앉고 봤다.
키오스크로 굴찜 대자를 시켰다.
전화가 왔다. "형님 어디세요? 자리 잡았는데."
"뭔 소리야. 내가 자리 잡고 앉아 있는데 너 어딘데?" "맨 안쪽 자리요."
뒤를 돌아보니 C변호사가 전화기를 들고 있다.
차장검사가 변호사 되면 사람을 못 알아보나 보다. 아니면 내가 늙어 못 알아보나 보다.
이래저래 기분 묘하다.
잠시 후, S도 왔다.
마스크를 쓰고 왔는데 굴찜 먹을 때마다 벗는다. 콧물이 줄줄 흐른다.
선배보다 딸 먼저 출가시키면 콧물감기 걸리나 보다. S의 감기까지 부럽다.
그놈의 감기, 나한테 와서 딱 일주일만 있다 가라.
옆자리 먹는 걸 보니 군침이 돈다. 꽃굴무침이란다.
굴무침에 밥을 비벼보란다.
세상에!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다. 마른 김에 싸 먹으며 연신 감탄을 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세상에는 맛있는 것 투성이다. 악착같이 저 두 놈만큼은 살아야겠다.
정년퇴임한 내가 횡재한 날이다. 두 놈이 계산했다.
내가 계산하고 당분간 멀건 국에 밥말아 먹으려 했는데 한발 늦었다.
아니, 늙어서 계산대까지 걸어가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다.
내년에는 더 빨리 늙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