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by 서완석

어제는 윤화와 명석이 병문안을 갔다.

수척해진 녀석의 얼굴에서 그나마 웃음을 봤다.


윤화가 좋아하는 순댓국 먹이려고 택시 타고

번동 '벼랑순대국'집에 갔다.

순댓국인데 매운탕 같기도 하고 육개장 같기도

한데 잡내가 나지 않는 게 신기하다며 윤화는 대만족이었다.

"사장님! 광명시까지 가지고 가야 하니 냄새나지 않게 2인분 포장해 주세요."

다시 택시 타고 내 오랜 단골포장마차인 묵동 '황금마차'에 갔다.

싱싱한 굴도 먹고 무뼈 닭발도 먹었다.

윤화는 역시 만족해하더니 노래방 가잔다. 그런데 반드시 광명시로 가잔다.

40여 년 간 가보지 못한 철산동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지만 너무 멀다.

그러나 윤화의 고집에 졌다.


윤화는 취하면 물건 놓고 내리는 것이 특기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다. 순댓국 봉지를 손에 꽉 쥐고 갔다.

윤화 단골 노래방 사장님께 냉장고에 보관해 달라 하고

'백치 아다다'와 '해후' 그리고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신나던 노래방 분위기가 싸해졌다.


택시 타고 월곡동에 내렸다. 전화기가 없다.

죽어라 달려갔으나 택시는 이미 저만치 가버렸다.

세상을 다 잃은 기분에 터벅터벅 걷는데 '손님'하고 부른다.

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택시 떠났는데도 90도로 허리 굽혀 몇 번이고 인사 올렸다.


오늘 아침에 윤화가 전화했다.

"어떠냐?" "어떠긴? 뻗었지" 친구는 닮는다.

"그래 어서 쉬거라"

"그런데 말이야 서교수가 사준 순댓국이 없네"

"노래방 냉장고 속에 있어"

나는 어제 윤화가 잃어버릴 순댓국 그릇을 제대로 배달한 것이다. 윤화가 배달료 주겠지.

윤화는 오늘 저녁에 해장하겠다.

명석이 팔뜩을 잡았는데 근육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주여! 제 친구에게 건강을 돌려주소서.


효자 윤화는 과천시에 있는 집을 놔두고 광명시에 있는 어머니를 혼자 보살피며 삽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윤화가 외출했다가 안들어오면 밤 9시쯤부터 전화를 하시기 시작한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아들과 말을 섞지 않고 계신답니다.

제탓이오. 제 탓이오. 제 큰 탓이로소이다.

어머님! 어서 노여움 푸시고 저녁에 순댓국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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