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밖을 내다본다

by 서완석

나는 겨울은 아주 쬐끔 좋아하고,

여름은 그보다 쬐끔 더 좋아하고

가을은 여름보다 쬐끔 더 싫어한다.


봄을 사는 벌레들은 흉측하지 않고

날 물지도 않으며 더럽지 않은 것들에만

달라붙어 좋다.

봄을 사는 나무들은 벌거벗지 않고

늙은 나까지 유혹해서 좋다.

고드름이 얼었던 자리에 따순 햇볕 한 줌이

머무는 봄은 가난한 자들에게 숨통 트여서 좋다.


빈티지 패션으로 내 가난마저 빼앗으려는

자들은 웅크린 가난을 모르는 자들이다.

가난의 포장지만 가져가면

가난을 알 수 있다더냐.


빈자에게 가난의 무게는 철 따라 다르다.

여름은 가난한 자에게 자비롭고

겨울은 부유한 자에게 따뜻하다.

겨울은 부자들에게는 그저 계절일 뿐이지만

가난한 자들에게는 형벌일 수 있다.

가을은 그런 겨울로 가는 길목이다.


겨울은 눈을 볼 수 있어서

먹을 것이 상하지 않아서 쬐끔만 좋다.


그런 겨울도 이제 가나보다.

요즘 나는 밥을 굶지 않지만

학습된 것처럼 여전히 가난하다.

나는 요즘 자꾸 밖을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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