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뒤의 설날

by 서완석

엄마가 알미장에서 사온 옷은
팔도, 다리도 한 뼘쯤 길었다.


우리 엄마는

내 입이 댓발이나 나왔다고 놀렸다.

억울해서 울었다.

한치라면 모르지만.


내일 입고 나갈 수 없어 삐친 나에게
설날은 한 뼘쯤 뒤에 왔다.


엄마가 찰밥을 하더니
쑥을 찧어 넣고
노란 콩가루를 묻혀
숭덩숭덩 잘라놓았다.


딱 한 개만 주고
나머지는 내일 상에 놓아야 한다고 했다.

설날은
미치게 오지 않았다.


엄마는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고 겁을 주었다.


내 인생에
그렇게 무거운 눈꺼풀은 처음이었다.

왜 우리 엄마가 자식을 속였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어린 나는
그게 꽤 서운했다.


나는 우리 애들에게
그런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섣달 그믐날 밤인데도
눈꺼풀은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나는 이제
설날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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