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저녁

by 서완석

설날 저녁.

어머니는 오늘도
TV 앞에 앉아 계셨다.


저녁을 차리는데
밥 생각이 없으시단다.


차례상에 올랐던
미역국을 덥히고,
조기를 덥히고,
소고기를 덥혔다.


시금치나물, 숙주나물,
콩나물무침, 홍어회.

나는 밥을 먹었다.


어머니 앞에서
혼자 먹었다.


이제는
당신 남동생 큰아들 이름도
헷갈리신다.


“내가 설거지할 테니 놔두고 가.”


그대로 두고
나왔다.


설날 저녁.

모두 다 가버린 집에
나 왔다 갔다는 흔적
묻혀 놓고 간다.


수캐가 발 하나 들고
오줌 싸듯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현관문을 밀고,

그렇게
나왔다.


터벅터벅.

발걸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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