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앞에 서다

by 서완석

어제 친구 병후를 만나러 마장동 가는 길.


내가 본 봄은 홀쭉해졌고,
내가 들은 봄은 소란스러워졌다.
내가 마신 봄은 비로소 살 것 같았고,
내가 맛본 봄은 쌉싸름하고 달큼했다.

내가 만져 본 봄은 얇은 카디건 하나 걸치고 와
잠든 아기의 눈썹을
숨을 참은 채 만지고 있었다.


다시 오는 봄은
모서리를 세우지 않는다.
삐죽거리지도 않고 끊어지지도 않으며
그러나 조금씩 덜컹거리며 온다.


저기 미아사거리에서 141번 버스 타고 오더니
어느새 성가복지병원 앞에 섰다.

쇼핑카트 들고 “읏샤” 올라타는 할머니들.
기사 양반이 “꼭 잡으세요” 하고 외쳤다.


나는 그 말이
손잡이가 아니라
아무 데도 닿지 못한 것들을 두고 한 말인 줄 알았다.


봄은 내리는 데 한참이 걸린다.

냉이도 사고 쑥도 사야 하는데,
겨우내 곱은 손으로 손잡이를 쥔 채
굽은 허리 펴 일어나느라
버스는 잠시 떠나지 못한다.


마장동이 두 정류장인데 자꾸 눈이 감긴다.
이대로 꾸벅이다 보면 서울숲일 것이다.
어느새 한강다리를 건너고 있을지도 모른다.

화들짝 놀라 압구정 어디쯤에서 내려
길을 되짚을 수도 있다.


마장동에 내려야 하는데
눈꺼풀은 천근만근.

나는 억지로 일어나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댄다.


버스가 서며 내 몸이 휘청한다.

문이 닫힌다.

버스가 떠난다.

나는


노래도 한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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