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by 서완석

봄비 내리는 소리에
내 몸이 녹는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마음도
소리 없이 풀려
어디론가 흐른다.


물이 오르고
잎 하나 터질 때
내 날갯죽지가 먼저 가렵다.


이 비 그치면
닫힌 문 밀고 나가
정릉천 한 번 걷고
청계천에 봄을 눕히겠다.

그 젖은 얼굴,
아무 말 없이
오래 들여다보겠다.


그러면
봄이 익겠다.

이것저것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 섞어
이놈의 봄을
썩썩 비벼

숟가락 가득
입안에
천천히 욱여넣겠다.


작년에 먹은 그 맛이
아직 남아 있는지
비 맞은 것들에게 묻고

올봄은 어떤지
나에게도 묻겠다.


대답이 없으면

조용히,

내가 먼저 피어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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