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by 서완석

오늘은

짐스러운 것들 사과박스에 처넣고

테이프로 꽁꽁 봉한다.


이불 속에서 뒹굴다 허기지면

라면 하나 끓이고

시끌사끌한 입들을 묶어

문밖으로 내쫓는다.


비로소,

미뤄둔 모옌의 '개구리'를 읽는다.

하품 끝에 눈물 찔끔,

꿈결에 오타루, 피렌체를 다녀와

누룽지 끓여 신김치로 한 끼 때우는데,

개구리 울음이

죽은 아이들의 곡소리다.

모옌의 문장들이

씹지 못한 누룽지처럼 명치에 걸린다.


나만의 집에서 나를 가두고

기꺼이 외로움을 택한다.


창문을 열면 봄바람 한 줄기

콧속을 휘돌아 개구리 울음이 되고

그 울음이 산수유꽃으로 터질 때

내 삶이 먼저 담장을 넘는다.


책들이 그 뒤를 졸졸 쫓아와

양평 두물머리 물안개 곁에 멈추면

내곁으로 바짝 끌어당겨 놓고는

그놈들에게 가만히 말을 걸겠다.


이제

살겠냐고.


봄이다.



모옌의 『개구리』: 중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의 장편소설. 산아제한 정책이라는 국가적 폭력 속에 희생된 수많은 생명과 그 죄책감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 속 '개구리(蛙, 와)'는 '아이(娃, 와)'와 발음이 같으며,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를 상징하는 비극적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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