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에서 그리운 이름 하나와 기차를 타니
한강이 은비늘 옷을 입고 춤을 추며
김포벌로 봄마중 가고 있었다.
익산역에 내려 황등에서 비빔밥을 시켰더니
비빌 밥이 아닌,
선홍빛 육회와 콩나물이 토렴한 핏물에 잦아들어
이미 한 몸으로 버무려진
비빈밥이다.
진한 참기름 내음이 코끝을 핥고,
뜨끈한 선짓국 한 모금이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니
허기진 황등벌이 비로소 활짝 웃었다.
전주에서는 산수유가 손짓하고, 매화가 팔을 벌렸다.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에 내 넋을 맡겨두고,
남문시장 징하디 징한 사람 냄새에 몸을 섞다
풍경에 취하고 인심에 데워져 내가 나를 모르겠다.
오목대의 바람은 전주천을 휘돌아
청연루에서 땀을 식히고 왔는지 서늘했고,
한옥마을 기와지붕 위를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그러다 바람의 손을 빌려
한벽루에서 시 한 편 쓰고 있었다.
아! 전주다.
그저 여기 퍼질러 앉아 필방 하나 차려놓고
평생 글이나 쓰며 묵향에 취해 살다가,
사무치면 고창 너머까지 슬쩍 다녀오고 싶다.
그러면 내가 살겠다.
비로소 모든 생이 웃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