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14

by 서완석

동덕여대 부근 이자카야 '사이야'의 먹태안주 찾아가다가

'신일부동산'에 붙어있는 '보증금 500, 월세 30'이라는 문구가

너무 아름다워 셋방을 얻고 연구실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남들에게 글쓰기 할 거라고 뻥을 쳤다


1980년 피네다방 골목의 '홍성집' 할머니에게

학생증 맡기고, 세이코 손목시계 맡기고

동태탕 한 양푼에 막걸리 한잔 시켜서

할머니 등지고 앉아 있으면 뒤통수가 너무 시렸는데

이제는 사이야에서 기세 좋게 '먹태안주에 소주 한 병'을 외친다.


골목길에 '주민동의율 50.8% 달성! 신통 재개발 후보지 접수'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월곡동 주민들 50.8%는 내 뻥을 알아차린 게 분명하다.

구형인간이라고 나한테 너무들 하신다. 내 뻥도 곧 끝날 것 같다.


뒤통수가 시려도 1980년대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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