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생각나는 글을 씁니다
결국 늦은 저녁, 나는 울었다.
내가 쌓아 올리는 긍정은 언제나 부정 위에서 시작한다.
너무 큰 부정을 덮으려고 더 큰 긍정을 억지로 올리다가, 어느 순간 혼자 사무치게 무너졌다.나는 스스로에게 당연한 말을 되풀이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서, 하고 싶은 일을 이루는 것.
그게 어른의 순리 같은 것.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수는 없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감은 더 구체적인 무게로 내려앉는다.
먹여 살릴 사람이 나 하나뿐인데도, 오늘따라 어깨가 무거웠다.
그래서 나는 또 나를 다그쳤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조금 더 얹고, 한 발자국만 더 걸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조금만 더 버티면, 결국 하고 싶은 일이 가까워질 거라고.
요즘은 예민함이 너무 커졌다.
누가 내 배 안쪽을 손으로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열이 한 번씩 확 올라온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은 그 뒤를 따라가며 이유를 찾는다.
잠들기 전, 방의 불을 모두 끄고 의자에 앉아 천장을 바라봤다.
눈을 감고, 둔한 머리와 달리 지나치게 예민한 속을 스스로 달래 보려 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조금 더 하면, 하고 싶은 일이 될 거야. 나는 곧 괜찮아질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혼자 되뇌는 말들이 나를 구하기보다 나를 더 깊게 데려가는 것 같았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괴로워하면, 나는 나중을 어떻게 견딜까.
몇 분 동안 숨을 고르고 침대에 누워 창가를 바라봤다.
건너편 집의 차가운 파란빛이 내 방 창에 걸려 있었다.
‘내가 필요할 때 일을 하는 건 행복한 일이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만, 감정은 생각보다 먼저 끓어올랐고 결국 눈물이 흘렀다.
연인은 왜 우냐고 물었다.
하지만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 감정은 너무 지독해서, 말이 닿기 전에 목을 잠가 버렸다.
세상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다. 모두가 등 위에 모래주머니 하나씩은 얹고 산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
검은 어둠 속에서 터지는 울음을 참으려 했지만 막지 못했다.
눈물이 뜨겁게 쏟아졌고, 건조한 피부 위에 오늘따라 더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나는 사실 답을 알고 있다.
일이 필요하면 일을 하면 되고,
행복을 원하면 행복한 일을 하면 되고,
배고프면 밥을 먹으면 된다.
그런데 오늘은… 오늘따라는 그 “알고 있음”이 조절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냥 이런 날도 있는 것이다.
번외편
남자친구에게 왜 힘든지,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지 내 보통의 영어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서.어깨를 들썩이며 그냥 피곤하다고 몇번을 되뇌이고 돌아 누웠는데 울먹이는 내 얼굴앞에다 휴대폰을 가져와
“우리한텐 통역기가 있잖아.” 하면서 말해보라 하는데
그 말이 어처구니없이 다정해서, 나는 울다가 실없이 웃어버렸다.
아침이 되니 머리의 무거움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전날에는 그 무게가 너무 커서 못 지고 갈 것 같았고, 무너질 것 같았는데
한 톨의 위로로도 무게감이 줄어들고 “별거 아니네”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단순해서 그런 건지, 삶이 원래 그런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무너지는 밤이 있어도, 그 다음날은 또 온다.
그 다음날은 생각보다 가볍다.
그 다음날은 꼭 옵니다
이른 아침 에세이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