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과 깨달음, 가을 끝자락에서

_오늘은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by 축성여석

자꾸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요.

한때는 그냥 보내 버린 시간에 많은 자책을 했었는데, 이제는 느슨하게 마음을 놓을 때도 되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오늘 못 하면 내일 해도 된다는, 어쩌면 게으름을 가장한 잠시의 멈춤 속에서 새로운 글의 씨앗을 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시제를 모시러 고향 해남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충만한 이틀을 보내고 돌아왔지요.

오늘은 원고를 올리기로 약속한 날인데, 아침부터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그냥 빈둥거리다가 졸리면 자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들어왔더니 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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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써야 하는데...

그러나 이제부터는 억지로 쓰지는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가 일요일에 원고를 게재하기로 약속했으니, 처음 계획했던 글을 올리지 못한 이유를 솔직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 글과 함께 해남 대흥사의 아름다운 단풍 사진들을 여러분께 선물합니다.

지난 토요일 동창생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보냈던 카톡 메시지를 대신 붙이는 것으로

오늘의 연재를 대신할까 합니다.


......

가을 끝자락의 대흥사…

약간은 몽환적인 그 단풍이 얼마나 그리웠는지요.

토요일 시제를 앞두고 하루 먼저 휴가를 내어 해남에 내려왔습니다.


11월 말이면 이미 늦었으리라 짐작했는데, 산은 아직도 울긋불긋 마지막 열정을 내뿜고 있습니다.

까마득한 옛날, 무척 인상적이었던 만추의 대흥사가 눈에 선합니다.

기억 속 그 장엄하면서도 애틋했던 풍경, 참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절세 미녀가 꽃단장을 마치고 나를 기다리는 듯하여,

여러 날 가슴 두근거리며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아아, 꿈에 그리던 그 광경을 이렇게 다시 만납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 바람에 실려 나부끼는 단풍잎의 춤사위 속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늦가을을 맘껏 누리고 있습니다.


大興寺興氣滿山 紅葉十里如夢 큰 흥이 절에 가득하고, 십 리 단풍은 꿈결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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