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요게 진짜 맛잇네

_감정의 만능 양념, 아따! 한마디에 삶의 풍경이 다 담기네.

by 축성여석

[아따 한 자락]


맹수, 여기 앉아서 한마디 허것소.

전라도 사람들 입에서 가장 잘 튀어나오는 소리가 “아따” 아니것소?

반가우면 아따, 놀라우면 아따, 안됐으면 아따, 맛있으면 아따.

한 마디로 온갖 감정이 다 들어가는 만능 양념이라 말여.

국어 책엔 “아이고”나 “아이쿠”쯤으로 적혀 있지만, 그건 절대 아따 맛이 안 나요.

아따는 놀람과 반가움과 감탄, 그리고 측은지심까지 한데 뒤섞인 소리라.


입을 살짝 벌리고 “아—” 하며 숨을 들이마신 뒤, “따” 하고 혀끝을 잇몸에 톡 부딪히는 순간,

그 감정이 마치 제 것인 양 상대 가슴에 쏙 들어가는 거요.

옛날 논길에서 누가 넘어지면 “아따, 괜찮소?” 하며 한걸음에 달려가고,

부엌에서 된장국 끓이다 손님 오면 “아따, 마침 잘 왔네!” 하고 국그릇부터 내밀고,

시장에서 값 깎다 딱 맞는 가격 들으면 “아따, 요게 진짜 맛잇네!” 하며 지갑부터 열었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따 소리엔 숨은 과학이 하나 있더이다.

인간이 놀라거나 감동받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게 숨을 “아—” 하고 들이마시는 거 아니것소?

그걸 그대로 뱉으면 “아!” 하고 날카로워지는데, 전라도 사람들은 그 숨결 끝에 혀를 톡 부딪혀 “따” 소리를 얹소. 그럼 놀람이 부드럽게 둥글어지고, 상대가 놀라거나 상하지 않게, 온전히 마음으로 전달되는 거요.

서울 말로 하면 “어머!” “와!” “헐!” 뭐 이런 건데, 그건 한 가지 감정만 딱 담기지만,

아따는 한 입에 열 가지 사정을 담아 뱉소. 소리를 아끼는 게 아니라, 감정을 아끼지 않는 거라.


옛날 해남 장날에 들은 이야기 하나 허것소.

할머니 한 분이 서울 올라간 아들한테서 처음으로 전화가 왔을 때라.

그때만 해도 전화가 귀해 마을 회관에 하나 있었소.

할머니가 수화기 들고 “여보쇼?” 하니 아들 목소리가 “엄니, 나야!” 하더이다.

할머니가 대답 대신 제일 먼저 한 소리가 “아따......” 였소.

그 한마디에 1년 넘게 못 본 반가움, 걱정하던 마음 다 풀리는 안도, 그리고 목메인 감동이 다 들어 있었소.

옆에 서 있던 내가 그 소리 듣고 있자니 가슴이 저절로 뜨거워지더이다.

아따, 요게 진짜 사람 소리구나 싶었소.


그러니 우리 뿌리말 중에 가장 따뜻한 게 아따 아닐까 싶소.

누가 아따 소릴 허면 그 사람 마음이 아직 메마르지 않았다는 증거요.


아따, 길손들 오늘도 잘 왔네. 앉아서 탁빼기 한 잔 허이소. 그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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