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곡(賞 春 曲)

by 황성동

상춘곡(賞 春 曲)


승복도 사과도 없이 침묵 속에 숨었구나.

딱한 스피커만이 시끄럽게 울린다.

병원 앞을 서성이며 두려움을 달래기라도 하느냐.

뻔뻔한 오만이 너의 살과 내장 속에 꽉 차 설사처럼 나고

지난 역사, 그림자 속을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던 너의 모습,

덧없는 꿈이려니 호숫가 달그림자로 위장하지 말아라!


가라. 구시대의 유령들아

논꼬에 물을 대고 쓰레질해야 할 때이다.

기름진 땅에 영양분을 주고 힘차게 뒤집어 섞자.

훠이 워 훠이 우직한 소를 몰고 힘차게 노래하며

논밭에 물을 대고 새롭게 갈아엎자.


가라! 너와 함께

나라를 팔아 채웠던 너희들의 곳간도,

물꼬를 터 잔불까지 뿌리째 뽑아버리자.

너희들의 배운 도둑질, 강도질에

독야청청 위장하던 우상들도

시끄러운 스피커와 함께 폐기하자.

그 많은 죽음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겨레의 아픔을 이용해 네 길을 삼다니,

참으로 통탄스럽구나.

달콤한 거짓을 모두 안고 가라!

감히 뒤돌아보지 말고, 입도 열지 말고, 떠나가라,

겸허한 마음으로 맑은 투명의 정수를 담아,

너의 뒷걸음까지 말끔히 닦아 내리라.


별일 없는 일상을 허허롭게 쉬며

정의와 평화, 길을 닦고

지워진 역사를 노래할 것이다.


이제 논꼬를 헤치고 쓰레질 하자.

까맣게 탄 우리 가슴이 거름이 되리라.

등성이에 푸른 잎이 돋아날 것이다,

너의 흔적이 사라진 자리에 싹이 돋을 것이다.


2025. 0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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