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꺼질 듯 말 듯, 다시 피어오른다.
산을 태우고, 삶을 태우고,
어제의 집과 내일의 희망까지
붉은 혀끝으로 핥아 삼킨다.
물은 모자라고, 바람은 사납다.
누군가 불장난을 하며
손끝이 그을린 줄도 모른 채 웃는다.
무서운 일이다.
거짓말처럼 피어오른 검은 연기,
진실도, 희망도, 정의도
모두 삼켜버린다.
부주의한 실수라 했던가.
호숫가에 비친 달그림자라 했던가.
누군가는 담뱃불 하나를 던지고,
누군가는 기름을 부었다.
이제 발 디딜 곳조차 없는 잿더미,
남은 건 분노와 절망뿐.
하지만 기억하라.
불꽃은 언젠가 사그라들어도
그을음은 오래 남는 법이니.
누군가는 멀찍이 서서,
누군가는 불씨를 쥔 채,
속삭인다.
"조금 더 지켜보자."
무서운 일이다.
불은 쉬지 않고 자라는데
어떤 판결은 꿈쩍도 않는다.
법정의 문은 굳게 닫히고,
검은 연기는 하늘을 덮는데도
그들은 창문을 열지 않는다.
부주의한 실수라 했던가.
그렇다면 이 답답한 침묵은 무엇인가.
시간을 끌수록 쌓이는 잿더미,
말할수록 탁해지는 공기 속에서
우리는 기침하며 묻는다.
"불은 왜 계속 타오르는가?"
"왜 아무것도 타오르지 않는가?"
2025. 0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