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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성동 Nov 19. 2022

작업실 통신 3

버리고 비우기

  작년 2021년 10월경부터 명퇴를 준비하면서 가장 설레던 점은 늘 부족했던 회화 작업 시간의 충분한 확보에서 오는 기대감이었다.

작업실 전면( 22.11.20.새로 1시)

 하고 싶은 작업도 직장 핑계로 제대로 못 하고 직장 일도 작업을 핑계로 제대로 못 하는 어느 것 하나 성실히 못 하는 매우 부족한 어리석은 교사였다. 두 가지의 불일치와 부족함, 마음과 몸의 헛헛함이 항시 반성과 열패감, 상처로 작용해 지독한 흡연과 술 중독으로 자신을 달래는 유아적 어리석음의 반복된 일상이 이어졌다.

 내적 열정만 치열해 밤늦게 작업실에서 혼술과 흡연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거의 기절해 곯아떨어진 후 다음 날 허겁지겁 출근하기 바빴던 일상을 거듭해왔다.

작업실 출입문

명퇴 후 여유로운 시간이 오늘까지 금연, 금주로 이어지고 있으니 그 스트레스가 얼마만 했는지 짐작이 된다. 술과 담배를 버린 지 오늘로써 금연 222일째, 금주 262일째에 이르고 있다.

2008~2022 작업중 (241cm x 102cm)

 술과 담배와 더불어 버린 것은 책이었다. 

아이들 어릴때 보던 책들도 다 버림~

거의 반 이상은 읽지 않은 책들을 작업실에 척척 쌓아 놓고 살았는데 과감하게 버렸다. 거의 3,000권 넘지 않았을까! 작업실 공사가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몇 번의 이사에도 애지중지 끼고 다니던 책들이었다. 

3면에 꽉찼던 책들이 텅~비워졌다! 책꽂이도 버리자!
다시 안 볼 것은 버리자! 끼고 살지 말자!

자신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으로 규정함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인정하는 여유 또한 가득하고, 사실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헛된 욕심으로 이성을 잃은 자아처럼 스스로 적당히 읽고 쓸 줄 안다는 어리석은 도취가 허깨비처럼 나를 지배한 것이었다.

80F(112.1 x145.5cm) .dummy  .2008~2022. acrylic on canvas

 아주 어린 시절 호기심과 흥분, 열정, 애정, 용돈을 아껴 샀던 추억과 향수 어린 책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버렸다. 더불어 내 머리와 가슴도 비우게 되니 한결 편안하고 자유로워 날 것 같다.

중. 고등 때 책

 하지만 아직도 버리고 비울 게 많음을 안다. 어리석은 마음과 몸의 때를 씻고 비우고 버리자! 기도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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