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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통신 11

빈집

by 황성동

빈집

2023년 6월

45.6 X.53.1

acrylic on canvas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광명으로 이사 온 것이 큰애 태어나고 얼마 안가였으니 근 16년 됐겠다.

애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광명 시민체육관을 한동안 거의 매일 드나들었다.

아이와 숨바꼭질·달리기. 비눗방울 놀이 등 추억이 많다.

애가 한글을 배울 때쯤 운동장 한구석에 있는 기형도시인의 '엄마 걱정' 시비를 암송하며 놀았다.

전부터 최애 시인이었던 기형도를 그의 고향 광명으로 오고 더 가까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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