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늘을 기억하며

by 위인

그런날이 있다. 유독 운이 나쁘고 신경쓰이는 일이 많아지는 날.

오늘이 여지없는 그런날같다. 흔한 안좋은날중에 하나가 되어 다행이다.

오늘 나의 친구에게 철학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말이 그냥 나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다라는 것을 하나의 표현으로 감싼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특히 오늘은 내가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아서일까, 평소엔 개떡같은 논리도 억지로 우겨보려, 나의 생각이 맞다 느낀다면 수용은 하되 꺾이지는 않던 나의 생각, 혹은 신념이 오늘은 조금 유연해졌던 것 같다.


요즘의 나는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이 길이 맞는 방향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 많이 가져보곤 한다. 길이라는 것이 가다보면 만나는 것들이 언제나 존재하고, 어느 길이나 끝까지 가면 끝이 있다, 그래서 나의 신념은 안좋은 길은 없다였는데 분명, 요즘은 나도 현실을 살아가는 그저 하나의 작은 존재인지라 가끔은 그러려고 하지 않음에도 의구심에 빠져보곤 한다.


오늘의 경우 특히 오래 빠져있던 것 같다. 내가 지나가지 못할 험한길이나 종착지가 별로인 안좋은 길 위에 서있지는 않은지, 혹은 그러면서 나는 모른척 눈을 감고 그 길을 따라 방향도 모른채 무작정 걷고있지는 않은지. 오늘도 여느날처럼 바쁜 하루가 지나가는 와중이지만, 덕분에 잠시 멈추어 눈을 뜨고 주변을 한바퀴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을 길에 빗대는 것은 내가 쓰면서도 진부하지만, 그만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은 나에 대한 고민이 한줄 더 적힌 날이다. 별거 아닌 질문 하나에 깊게 고민해보았다. 학교 시험에서 이 과목이 나를 어떻게 바꿨는가 라는 질문 하나에 나는 오늘 잠시 그리고 오랜만에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나의 생각대로, 바람대로, 이상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혹시 내가 싫어했던 그렇게 되고싶지 않았던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나의 가치관은 분명 세상의 가치관과는 다른 것 같다. 단순히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만나는 것 보다, 나의 생각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 주로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잘못된 것도 그리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만 그렇다보니, 내가 나에게 오늘같은 질문을 자꾸 던지지 않으면 나는 곧 내가 아닌 흔한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렇기에 오늘같은 일은 나에겐 소중한 기억이 될 수 밖에 없다.


오늘의 결론은 간단했다. 결론내지 말자는 것. 그냥 그런 고민 한번, 나를 돌아보는 기회 한번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나를 한번 더 보았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있지 않았을까. 마치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별다른 목적이 있음이 아닌것처럼 나에겐 나를 돌아보는 일 또한 그러하다.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 마음고생 조금 했던 하루,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채 허공에 떠있는 기분이 드는 하루였다. 그럼에도 왜인지 모르게 마음만은 평화로운 하루가 된 것 같다. 마치 과음을 하고 속을 다 비워낸 날처럼, 몸도 기분도 찝찝한 구석이 가라앉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속은 비어있는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글을 쓰는 것 또한 할당량이 존재하는 것 같다. 혹은 비워내야 할 속이 적어서일까. 오늘은 마음처럼 글이 적히지만은 않는 하루인것을 보니 아무래도 낮에 학교 시험에서 나의 속을 많이 꺼내놓은 것 같다. 오늘은 평범했던 이상한날의 정리이자 기록으로, 또는 잠이 안올것 같은 하루의 마무리로 위스키의 안주삼아 글을 써보았다. 누군가에게 읽혀지길 바라며 어느 한명의 머리속에서 깨달음을 주기를 바라며 쓰는 글은 아니기에 생각이 이끄는 길로 써내려가지만 언젠간 잘 맞물려 내려가는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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