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뷰 / 차민정_선학중학교 교사
안녕하세요. 차민정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뵙는 분들 위해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선학중학교 수학교사입니다. 그리고 올해 2학년 수학을 가르치면서 2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2학년 1반 담임선생님이시군요. 대개 경력을 말씀해 주시는데 차민정 선생님께서는 경력보다 담임선생님이신 것을 힘주어 말씀하셔서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 궁금합니다.
제 소개할 때 보통 하는 것인데 그렇게 느끼셨나 봅니다. 사람마다 다를텐데 제가 담임을 엄청 좋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경력은 정확히 따져보지 않았는데 15년쯤 된 것 같아요. 나이는 그보다 많아요. 이런저런 것을 하고 늦게 교사가 되었습니다.
인천새넷 대표님께서 행복해하시면서 차민정 선생님을 티쳐뷰에 추천해주셨어요.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이시거든요. 저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셔서 부끄럽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가볍게 말씀하셔서 승낙했는데, 막상 인터뷰해 보니 그게 아니네요. 훌륭한 선생님들도 많으신데 저를 추천해주신 것이 고맙고 또 마음에 걸립니다. 제가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지원센터는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이번 티쳐뷰를 준비하면서 차민정 선생님의 ‘수학 수업 이야기’를 먼저 읽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기대하면서 티쳐뷰를 준비하였습니다. 그 ‘수학 수업 이야기’는 어떻게 쓰시게 되신 글이었는지요?
우리 선학중학교가 작년에 백서 만들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성장 과정에 대해 기록하여 기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되도록 백서에 모든 선생님이 한편씩 글을 쓰자 해서 저도 쓰게 되었는데 책을 만들고 나서 보니 모두 30여 편의 글이 모아졌습니다. 모든 선생님의 글이 감동적이었어요.
혹시 선생님의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글이 있으셨는지요?
우리 학교에 한국어 학급 선생님이 계시는데 그분의 글이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애정과 열정이 글 밖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 선학중에는 다문화 친구들이 많은데 그중 한국어가 매우 어려운 중도 입국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학급이 있습니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 어려운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한 선생님의 글이 기억에 강하게 남습니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과 한국어로 수다를 떨 수 있게 됐다. 그게 꽤 즐겁다.’라는 마지막 문장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선학중학교에 다문화 아이들이 많은가 봅니다.
제 이야기에서 대강 느끼셨겠지만, 다문화 학생이 많습니다. 따져보면 더 복잡하고 더 많습니다. 파악할 수 없는 다문화학생이 많고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 또는 세 살부터 살아도 외려 한국 국적이 아닌 아이도 있습니다. 우리 반이 22명인데 5명 정도가 그런 학생입니다. 대략 1학년 5학급, 2학년 6학급, 3학년 5학급에 평균 5명 정도라면 전교생 380명에 이주 배경 학생이 80여 명, 약 21%의 비율입니다.
이주 배경 문화를 지닌 학생들을 지도할 때 중학교 교과 선생님께서는 무척 어렵겠습니다.
제가 교과가 수학이다 보니 한국어가 서툴러도 식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좀 나은 편입니다. 얼마 전 국어과 공개수업을 할 때 보니 번역기를 쓰고 활동을 장려해도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어려움이 느껴졌어요. 수학과에서는 발음이 안 되어도 x와 같은 기호와 숫자, 식을 사용하여 발표를 곧잘 합니다. 서툰 발음으로 칠판에 자신이 푼 문제를 설명하는 모습은 항상 감동적입니다.
중도 입국하여 한국어가 서툰 아이 중에도 열심히 모둠에서 물어보고 대답하며 배우는 아이도 있고 마음을 닫아걸고 대화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배움은 능력이 아닌 마음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편안한 관계를 맺고 학급공동체에 스며들면 서툴러도 소리 내어 한국어로 말할 수 있고 배움에 참여며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마음을 움직여 의욕을 갖는 것처럼 다문화 친구들도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급담임으로서 또 다른 어려움이 있으실 것 같아요.
학급담임으로 학부모님과 연락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대개 학부모들이 학생보다 한국어를 못해서 상담이 쉽지 않아요. 일상적으로 한국어 학급 선생님과 번역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학부모 상담도 함께 해주시고 전화 통화도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시고 열정적으로 도와주십니다.
다문화 아이들, 이주 배경 문화를 지닌 청소년들 이야기는 끝이 없네요. 수학이 야기를 다시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수학은 어떤 교과일까요?
제가 답을 하기 전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는 교육에 대한 전문가도 계시고, 교육과정 관련 전문가도 계실 것 같아요. 제가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수학과는 여러 논쟁이 되는 과목이어서 저의 개인적인 견해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제 생각에 수학은 체육과 비슷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육에서 운동기능을 익혀 신체를 단련하는 것처럼 이성적 사고를 익히고 연습하며 뇌를 단련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대화하며 과제를 탐구하며 개념을 익히고, 그 개념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수학적 사실들은 사라져도 탐구했던 경험,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익힌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멋진데요. 수학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말씀입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또 있습니다. 사실 수학은 사교육을 많이 하게 되는 과목이고, ‘수포자’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어려운 과목이잖아요. 저는 수학 수업 속에서 학생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배운 지식은 사라져도 ‘내가 이렇게 해낼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은 남는 것 같아요.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수능 준비가 중학교 수학 수업이 기준이 되어선 안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과제를 해결하며 자기 나름대로 ‘아~ 이런 거구나’ 개념을 익히고, 혼자서는 어려운 과제도 친구와 함께 좌충우돌하며 답을 찾아가며 뿌듯해하는 그런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면 좋겠습니다.
자존감을 높여가는 수학 수업, 선생님의 수학 수업을 보고 싶습니다.
저는 배움의 공동체에서 제안하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잘 안 됩니다.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됨이 없이 질 높은 수업을 하고자 합니다. 저도 그런 수업을 하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잘 안 됩니다. 수업이 잘 안되면 아이들을 원망했다가 또 집에 와서는 스스로 반성하고 활동지를 고치고 다시 수업하고 다시 괴로워합니다. 잘될 때보다 잘 안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우리네 학교에서는 아이들 가르치는 것 말고도 업무가 있잖아요! 요즘의 업무는 예전과 달리 교육활동 관련 또는 학교의 교육과정, 선생님들의 성장과 관련된 활동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업무는 어떤 일인지요?
선학중학교 미래혁신부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매주 수요일 5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2시 40분에 모여 연수 활동을 합니다. 그 시간에 수업을 공동으로 디자인하고, 수업을 공개하여 다 같이 참관하고, 배운 점을 나누는 협의회를 합니다. 제가 그것을 담당하고 있어요. 여러 선생님의 공개수업 준비도 돕고, 영상을 제작하고, 전체 학교에 안내하고, 협의회 진행도 돕습니다.
혹시 학습공동체를 추진하면서 특별히 기억할 만한 일이 있으신지요?
학습공동체 일을 맡아서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수업 공동디자인을 하면서 타 교과 선생님께 많이 배우게 됩니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당연히 아는 것,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고 왜 아이들은 모를까? 의심하면서 아이들을 탓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타 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수업디자인을 하면 여러 가지 질문을 해주시는데 그 덕분에 하나씩 고쳐가며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 사전 공개를 원하는 선생님과의 사전 공개와 협의회도 의미 있었습니다.
사전 공개는 어떤 것일까요?
만약 선생님이 2학년 5반 수업 공개를 하게 된다면 그 전에 같은 차시 수업을 1반에서 하고, 2반에서도 미리 해 볼 수 있어요. 종종 사전 공개를 원하시는 선생님들께 미리 자신이 기획한 수업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협의하면서 디자인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또 학습지가 변화할 때마다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서 큰 배움이 있었습니다.
교직에서 기억에 남는 아이들을 떠올린다면 어떤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는데 처음 만날 때 한계가 보였습니다. 3월 한 달을 겪은 다음, 이 아이는 특수학급을 가기 위한 검사를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구구단, 두 자릿수의 덧셈이 안 되는 아이들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데, 그 아이는 도형을 주고 똑같이 그려보라고 해도 잘 안되었어요. 수학은 힘들겠구나 싶어 마음속으로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친구들과 친해지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더니 모둠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발표도 하면서 뜻밖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내가 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들을 해내는 순간 정말 놀랐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가능성을 쉽게 판단하지 말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학은 보통 1단계가 되어야, 2단계를 하는 단계적 학습의 과목이라고 생각했는데 4단계를 해내면서 1, 2단계를 갑자기 해내는 모습에 놀라곤 합니다. 인간의 배움은 이런 기계적인 순서, 단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복합적이구나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얻은 깨달음은 ‘학생의 가능성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지 말자!’입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에게 새넷은 어떤 곳인가요?
저는 올해 2월에 가입했습니다. 2월 새 학년 준비 워크숍에 참석하면서 매번 연수를 공짜로 듣는 제가 좀 미안해서 가입했습니다. (새학년 준비 워크숍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 봐요?) 네. 그게 제일 좋았습니다. 집에서 혼자 고민할 때는 무엇인가 정체되는데 확실히 여러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 의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2학기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저는 좀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에요. 기본 과제들이 안되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점프과제를 못하는데 2학기부터는 좀 더 수준 높게 점프과제에 시간을 들이는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2학기에는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순간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차민정 선생님께서 선학중학교 백서에 쓰신 ‘수학수업 이야기’를 함께 싣습니다. 선생님의 삶과 수업의 연결을 함께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23년 1학기를 마치며
2023년 1학기를 마치며 속상했다. 1학기 열심히 노력했는데 몇몇 학생은 여전히 모르면 친구에게 물어보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몇몇 학생은 재빨리 풀고 떠들며 친구를 방해했다.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한 학기를 마치며 성과를 보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들었다. 물론 훌륭한 친구들이 훨씬 많다. 서슴없이 친구에게 물어보고, 친구의 설명에 감탄하고, 알 때까지 물어보고, 빨리해도 친구들을 조용히 기다리고, 친구의 질문에 귀 기울이는 친구들이 있다. 어려운 과제에도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누다가 ‘아하’ 외치며 배워가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1학년 겨우 1학기를 보내고 이렇게 요구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부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속상하다. 이렇게 수업이 엉망인데 과연 백서에 글을 써도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가끔 잘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수업이 어렵고 어렵다. 누군가 이 글을 보면서 성공사례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수업이 어떻게 망하는지를 쓸까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2021.04.07. 수요일 7교시에 했던 3학년 4반 전체 공개수업에 관해 쓰기로 했다. 이유는 다시 학교에서 책상을 붙이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공동체를 회복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에겐 그런 의미를 갖는 수업이었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바라는 요즘이다.
다시 공개수업
2019년 선학중학교로 옮기고 하고 싶은 수업을 했다. 아이들과 온갖 것들에 도전하며, 부대끼고 웃고 울었다. 아이들은 1년 만에 정말로 달라졌다. 아직도 밝고 적극적으로 변해가던 모습들, 눈물로 써클을 하면서 서로를 보듬으려 노력하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었다. 60일 등교했고, 등교해서도 거리두기를 외치기 급급했다. 어려운 가정에서 개개인으로 고립되는 아이들이 우울과 무기력에 잠겨가는 것을 보면서, 전화하고, 줌 수업하고 이런저런 발버둥을 쳤다. 가정에서 충분히 돌보는 경우엔 온라인 수업이 더 좋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집보다 학교가 편안했던 많은 아이는 시들어갔다. 그래서 2021년을 시작하며 선학중학교 여러 선생님은 아이들이 외롭게 말라 죽어가는 것을 보느니 코로나가 무서워도 다시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들도 2020년은 외롭고 힘들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학생들과 배움의 끈을 이어가고자 힘겹게 노력했다. 동료 선생님들과 서로 도우려 노력했지만, 학교에 출근해도 거리두기를 지키고자 모여서 의논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2021년에는 다시 모둠학습과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스크를 쓰기와 손 소독을 매 순간 강조하면서, 열을 재고 코로나진단키트 검사를 해가며 모둠수업을 시작했다. 방역을 무척 걱정했지만 여러 선생님의 노력으로 2021년 4월 7일 전체 공개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전체 디자인,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다시 시작하며
4월 7일로 공개수업이 급하게 잡혀서 공개수업 2주 전에 교직원 회의 끝나고 전체 디자인 모임을 짧게 진행했다. 1년 만에 하게 된 공동디자인이어서 여러 선생님이 어색해하시고 부담스러워하셨다. 처음 준비한 학습지를 가져갔을 때, ‘이런 걸 나더러 풀라는 거야’라고 말씀하셔서 매우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 나름 급하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양이 엄청 많았다. 일과가 끝나고 몇몇 선생님과 중간에 다시 의논하며 내용을 줄이고 조금씩 바꿔갔다. 그때, 성기신 선생님이 3번 문제를 빼자고 했었는데 지금도 그랬어야 했나 생각하곤 한다. 사전 공개로 같은 차시 다른 반 수업을 공개했는데 몇몇 선생님들이 오셔서 함께하고 조언해주셨다. 여러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8번째 수정된 학습지로 공개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은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다.
2021년 4월 7일 7교시에 3학년 4반 학생들과 교생선생님들, 우리 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손우정 교수님까지 오신 공개수업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주 수요일에 5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6교시에 공개수업을 했었다. 공개수업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자율 동아리와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곤 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동아리 활동은 없어지고 매일 6교시 수업이어서, 6교시를 끝내고 7교시에 남은 우리 반 아이들이 힘들어했다. 등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마스크를 쓰고 모둠활동도 한 달이 안 되었는데 공개수업이라니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두 대의 카메라에 교생선생님들까지 학생들보다 많은 교사가 들어오자 영수가 왜 이리 사람이 많냐고 말하며 불안해했다. (학생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수업을 시작하고 아이들이 너무나 긴장해서 묻지를 않자 나도 많이 당황했다. 1번 문제를 금방 끝낼 줄 알았는데 머뭇거리는 시간이 꽤 길었다. 게다가 2학년을 코로나로 보낸 아이들은 문자와 식 첫 차시여서 문자가 나오자 영어가 나온다고 투덜대며 불편한 마음을 보였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책상이 붙였기에 서로의 학습지를 곁눈질하며 조금씩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시작했다. 작년에 수업을 하나도 안 들었다고 태연하게 말하던 영주는 열심히 친구들 하는 것을 보면서 해나갔다. 한국어 학급 수업으로 수학 수업을 거의 듣지 않은 막스는 공개수업에 당황했는데, 모둠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따라 했다. 막스의 모둠 친구들은 내향적인 친구들이었는데 은근슬쩍 막스를 챙겨주려 애쓰고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예준이에게 1번을 설명하게 하려 했는데 앞에 나오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예준이 학습지를 가져다가 실물화상기로 보여주면서 예준이에게 내가 물어보면 예준이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첫 번째 문제를 공유했다.
2번은 그림그리기였는데 긴장이 조금 풀린 아이들은 서로 물어보며 나름으로 그려냈다. 그런데 문제는 그림과 식을 연결하지 못했다. 공유하는 과정에서라도 그 의미를 탐구했어야 하는데 정신이 없었던 나는 적절하게 선택하지 못했다. 나와서 공유를 한 학생은 둘 다 발표는 주저하지만,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었는데 매우 긴장해서 그림과 식을 연결하지 못했다. 조바심이 난 나는 설명을 짧게 했다. 하지만 내 말을 이해한 학생의 숫자는 몇 명이었을까? 점프과제에서 다시 연결해야지 생각하며 넘어갔다.
3번 문제는 예습한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기본문제였다. 이 문제는 칠판에 써서 공유시키고 싶었다. 이유는 문자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꼼꼼히 자신이 쓴 것과 비교해서 확인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누구를 시킬까 고민하다 모둠활동에도 잘 참여하지 않지만, 예습해서 쉽게 이 문제를 풀어낸 학생 예주에게 칠판에 쓰고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나의 마음은 수업이 잘 안되어도 모두 함께하고 싶었다. 솔직히 예주가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수줍게 나와서 설명했고, 설명의 과정은 ‘이래서 이래서 이래요’로 간단했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자 동호가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음속으로 시간이 부족함에 조급했지만, 당시에 난 공개수업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그저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입을 뗀 예주가 대견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4번은 5분 정도 남은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적어도 15분은 필요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 급하게 마무리하며 수업을 마치게 되었다. 점프과제를 무엇으로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고 여러 번 과제를 고쳤다. 그래서 아쉬웠다. 점프과제를 서로 질문하고 협동하며 학생들의 표현을 씨줄과 날줄이 엮듯이 만들어가며 학생들의 배움이 쌓여가고 과정을 만들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수업 양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내가 앞부분에 시간을 잘 조절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수업을 마치며 좋았다. 아이들은 b와 d를 헷갈리고, x+x를 하지 못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열심히 배워갔다. 다시 생각해도 그 순간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마지막에 엎어진 영주가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버텼는지 나는 알고 있다. 나서고 싶었던 동호도 얼마나 많이 배려하려 노력했는지 안다. 모둠에서 수지가 친구들과 같이 해나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봤다. 가정의 어려움으로 온라인 수업이 불가능해서 포기했다 말하던 예준이가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눈물이 날 뻔했다.
뜻대로 되지 않은 수업이었지만 여러 선생님은 진지하게 아이들을 관찰하고 배운 점들을 이야기해주셨다. 교생선생님들의 풋풋한 이야기들도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되었다. 교수님도 조심스럽게 따뜻한 말들을 건네주셨다. 서로의 수고를 알아주고 토닥토닥 두드리며 희망을 찾아보는 시간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수업이 끝나고 영상을 다시 보며
고두한 선생님이 영상을 찍어주시고, 자막도 달아주셨다. 그 영상을 배움의 공동체 월례회에서 다시 공개해서 여러 번 보았다. 공개수업을 하신 분들에게 꼭 영상을 다시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영상을 다시 보면서 수업 중에 나는 보지 못했던 아이들이 모둠에서 배워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한 부분을 아래에 적었다.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두고두고 다시 생각나는 장면이어서 소개한다.
정연 : 직사각형 해야 해?
은아 : 먼저 이것부터 계산해.
정연 : 나 이거 하기 싫은데 어차피 답 똑같이 나오잖아. (사각형을 그려서 문제를 풀기 시작함)
민수 : (자신의 계산을 보여주며) 이거 맞아?
정연 : 나도 몰라.
은아 : (민의 학습지와 자신의 학습지를 비교하며 살펴봄)
정연 : (사각형을 그려서 문제를 풀어가며) 와 편하네! 이렇게 하니까 사람이 머리를 써야 해.
은아 : (민에게) 이거 틀린 거 같은데 삼이야, 이거?
(자신의 풀이를 고치며) 어 그러네. 삼이네. 내가 틀렸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세 칸으로 나눠야 하지?
정연 : 어 세 개.
민수 : 어?
은아 : (민에게) 샘이 이거 이렇게 하나씩 곱하는 것 말고 첫 장에서 했던 것처럼 직사각형 그려서 해보래.
민수 : 아~ 다른 반 애들도 이렇게 이걸 고생하겠지?
나는 수업 중에는 이 대화를 듣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수업 영상을 보면서 볼 수 있었고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세 학생이 모두 알고 있는 것이 다르고 다르게 배워간다. 정연이는 그림을 먼저 그리고 식으로 정리하면서 규칙을 발견했고, 수학을 잘하는 은아는 뜻밖에 민수의 풀이에서 자신의 실수를 발견한다. 민수는 힘들어서 투덜대면서도 차근히 자신의 속도로 배워간다.
만약 모둠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정연이 무엇을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었을 것이고, 은아는 자신의 실수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그리기에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을 것이다. 민수는 스스로 맞았나 걱정하며 머뭇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모둠활동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뭐 해야 해?’이다. 교사가 무엇을 할지 매끄럽게 설명했지만, 매번 다시 친구에게 묻게 된다. 그리고 묻는다 ‘어떻게 해야 해?’, ‘이렇게 하는 게 맞아?’ 친구에게 물을 수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배워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에 가보고 시험대형인 교실을 보면서 이 친구들은 어떻게 물어볼까 궁금했다. 책상을 조금 붙여주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2021년 공개수업을 했던 우리 반 3학년 4반은 2020년 1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2019년에 선학중학교에서 1학년을 보냈던 학생들이었다. 2019년에 ‘질문하기’와 ‘경청’, ‘친구의 배움을 존중할 것’과 ‘도전하기’를 강조했던 여러 선생님의 노력과 시간이 있었기에 1년 뒤 돌아와서도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르치는 1학년 학생들도 훌륭하다. 부족한 선생님의 실수와 투덜거림도 따뜻하게 웃음으로 감싸준 친구들에게 새삼 감사하며 2학기에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2024 여름호 목차
1. 시론
2. 특집
3. 포럼&이슈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