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꼰대

후드티에도 나이가 있나요?

by 덤덤




























몇 년 전 중국어 학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나는 퇴근 후 저녁 7시 30분 수업을 수강했는데 그 시간은 나뿐만 아니라 퇴근한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시간대였다. 내가 수강한 반은 회화반이었기 때문에 자격증 시험반보다는 학생들끼리 서로 대화도 주고받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수업을 두 달간 들었을 무렵, 나는 어느 때와 같이 퇴근 후 학원에 도착해 책상에 앉아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멀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문을 열고 경쾌하게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그 남자는 나와 2살 차이로 항상 정장을 입고 학원에 와서 나는 속으로 그를 '정장남'이라 불렀다


나 역시 그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곤 오늘 공부할 내용을 훑어보고 있는데

정장남은 내 옆자리 쪽에 털썩 앉더니

"근데 후드티 입을 나이는 지나지 않았어요?"

그는 대뜸 그리고 해맑게 무례한 질문을 뱉어냈다


엥. 지금 내가 뭘 들은 거람?

이따금씩 옷 스타일이 어쩌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옷 스타일과 나이 공격이 동시에 훅 들어오니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이 먹으면 후드티 입으면 안 돼요?

내가 씩씩대며 반문하자

그는 마치 자신이 대단한 어른인 양 으쓱이며 말했다.

"애들도 아니고 나이에 맞게 입어야죠"

그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굉장히 단호하고 자기 확신이 깔려 있었다.


그래 봤자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으면서 어른인 척하지 마!!!

나는 더 받아치고 싶었지만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로 굳이 그와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서 어물쩡 넘겨버렸다.


그런데 사람은 참 흔들리기 쉬운 존재이다. 나는 그 달까지만 수업을 수강하고 더 이상 학원에 나가지 않았지만 그 사건 이후 나는 한동안 후드티를 기피했다.

후드티를 입으려 할 때마다 '내가 지금 내 나이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나?라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후드티를 입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외출을 하기 위해 옷장 앞에 서서 옷을 뒤적이다 후드를 집어 들곤 입을까 말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왜 내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 분해졌다.


어른답게 입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후드티를 입으면 어른스럽지 못한 걸까?

그럼 후드티를 입은 할아버지는 어른답지 않고 어린아이가 정장을 입으면 어른다운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옷은 그냥 옷일 뿐이다.


나는 끝내 이렇게 결론지었다.

어른답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 옷에 참견하는 사람이지 후드티를 좋아하는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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