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없는 말은 신뢰를 잃는다
"아님 말고?"
중학교 시절 나보다 한 살이 많던 B양은 툭하면 '아님 말고'라는 말을 해서 사람 속을 뒤집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하루는 B와 나는 호주의 수도가 어디인가로 내가 맞니 쟤가 맞니 하며 논쟁이 붙었다.
"시드니 가고 싶다~호주 수도 가고 싶어~"
B는 갑자기 해외 유학을 가고 싶다며 호주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근데 시드니가 호주 수도가 아닐걸?"
나는 시드니가 수도가 캔버라라는 것까지는 생각이 안 났지만 아무튼 시드니가 호주의 수도가 아니라는 것을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을 떠올리곤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뭔 소리야 시드니가 호주 수도지!!!"
B는 이렇게 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언성을 높이며 세상 억울한 듯 자신이 맞다고 박박 우겼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을 때라 그 자리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찝찝한 마음으로
먼저 꼬리를 내렸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그 내용에 대해 다시 찾아봤지만 역시나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였다.
순간 단전에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곤 다음날 제대로 된 사실을 알려 주어서 민망해하는 꼴을 두고 볼 생각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나는 서둘러 집을 나서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어제 내가 찾아보니까 내 말이 맞더라!"
자자~ 이제 어떻게 나올까? 어제 그렇게 박박 우기더니 어디 한번 대답을 해보시지!?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으쓱하더니 "아님 말고?" 한 마디로 허무하게 이 대화를 끝내 버렸다.
크악 열 받아!!!!!!!!!!!!! 왜 네가 틀려 놓고 오히려 당당한 거야!!!!!! 아님 말고로 그냥 끝낼 일이야???
슬프게도 나는 이 사건 후로도 이런 일을 몇 번이고 겪었다. 처음 몇 번은 나 혼자 분통을 터트릴 뿐이었지만 점점 갈수록 그녀의 '아님 말고'라는 공격에도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말에 화도 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님 말고'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그러시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하곤 바로 말을 흘려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임감 없는 말은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