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기 자랑이 심한 A 씨

자랑 안 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나

by 덤덤





























A와 나는 중학교때부터 친구 사이였다.

서로 다른 대학을 가면서 만남이 뜸해지긴 했지만 가끔 만나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인연을 이어갔다.


대학에 진학 후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예전과 약간 달라져 있었다.

좋게 말하면 예전보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고 나쁘게 말하자면 지나치게 자기 자랑을 자주 했다.


"이번에 클럽에 갔는데 남자한테 번호 따였어"

"교수님이 날 너무 예뻐하시는 거 있지? 나보고 너무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셨어"

"노느라고 공부를 많이 못 했는데 그래도 성적이 잘 나와서 다행이야"


그녀는 자신이 항상 클럽을 열심히 다니지만 학교에서 성적도 우수하고 친구들과 교수에게 사랑을 받는

모범생이면서 남자들한테도 아주 인기가 많은 아주 매력적인 여성임을 강조했다.


그래도 나는 그녀의 자기 자랑이 엄청 거슬리진 않았다. 물론 가끔 재수가 없긴 했어도 아주 없는 얘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자랑이 거슬려 진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나서부터였다.


"사장이 날 엄청 예뻐하잖아~ 다른 애들이 일을 못해서 내가 다 처리한다니까?"

그녀는 나와 만날 때마다 자신의 직장에서 자신이 활약했던 이야기를 쭉 나열하며 자신이 얼마나 상사로 신임과 총애를 받고 있는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그녀의 자랑이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요즘은 자기자랑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 자랑, 남자 친구 자랑 하다 하다 직장 상사가 능력 좋고 집안이 잘 산다는 이야기까지 으쓱거리면서 이야기했다.

오 그렇구나... 그런데 내가 왜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가정 형편까지 알아야 하는 걸까.


뭐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녀의 자기 자랑을 들어주다 지쳐 화제를 돌리고자

내 얘기를 할라치면 어느새 그 이야기를 받아 그녀의 자랑으로 연결이 된다는 점이었다.


"나 이번에 대만 여행 가려고"

"아 진짜? 대만 나도 가 봤는데! 곱창 국수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었어!!

나도 이번에 일본 여행 가려고~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가서 어쩌고 저쩌고~"

응? 내 대만 이야기는? 이대로 끝?

내 얘긴 안 듣니???


만날 때마다 이런 대화 패턴이 계속 반복되자 나는 그녀의 이야기의 반은 흘려들을 수 있는 요령이 생겼고 더 이상 내 얘기는 꺼내지 않았으며 입을 점점 다물게 되었다.


그 결과 나는 A의 남자 친구가 무슨 선물을 그녀에게 해줬고 자신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재테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 세세하게 알게 되었지만 정작 그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A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버스 안. 나는 버스 창가에 기대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오늘 A와 무엇을 나누었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일방적으로 그녀의 자랑을 들었을 뿐 우리 사이에 나눈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그녀의 친구가 아니라 그녀의 자기 자랑을 들어줄 관객에 불과하다는 걸.

나는 그만 그녀의 방청객이 되는 것에 지쳐버렸고 나는 지금 더 이상 A 씨를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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