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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랑 Oct 25. 2024

[나무에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별로, 흙으로 돌아간다면 나 또한,

봉안함 안에 담겨 있기보다는 수목장의 나무 

아래에 묻혀 시간이 지나 흙이 되고 싶어요. 

흙이 되기 전까지 나무와 함께 있을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의 봉안함 사이에 껴있는 것보다 

나무와 같이 있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요. 

그리고 나무에게 지옥 같았던 삶에 대해, 

유일하게 위로가 되어줬던 친구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하늘이나 풍경이 어떤 것이고,

다시 보고 싶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다시

가고 싶었던 곳은 어디였는지, 어떤 음악이

위로가 되었는지……

누구때문에, 어떤 순간에 왜 죽고 싶었는지, 

누구덕분에, 어떤 순간에 다시 살고 싶었는지, 

지옥보다 더 지옥 같았던 삶을 어떤 심정으로, 

어떻게 견디고 버텨왔는지……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고, 아무도 모르길

바랐던 그런 얘기들 말이에요.

일만의 작은 미련조차 남지 않은 이번 생에서 

이렇게 벗어나 비로소 자유가 되면 얼마나 

홀가분 할까요. 

다음 생은 어떤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답할 거예요. 

다시는 그 어떤 것으로도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꽃 피우는 나무 - 나태주>

좋은 경치 보았을 때 

저 경치 못 보고 죽었다면 

어찌했을까 걱정했고 

좋은 음악 들었을 때 

저 음악 못 듣고 세상 떴다면 

어찌했을까 생각했지요 

당신, 내게는 참 좋은 사람 

만나지 못하고 이 세상 흘러갔다면 

그 안타까움 어찌했을까요……

당신 앞에서는 

나도 온몸이 근지러워 

꽃 피우는 나무 

지금 내 앞에 당신 마주 있고 

당신과 나 사이 가득 

음악의 강믈이 일렁입니다 

당신 등 뒤로 썰렁한 

잡목 숲도 이런 때는 참 

이름다운 그림 나라입니다 

<나무에게 말을 걸다 - 나태주>

우리가 과연 

만나기나 했던 것일까? 

서로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가진 것을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보일 듯 말 듯 

나무가 몸을 비튼다 

<시간과 낙엽 - AKMU>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떨어지는 낙엽에 

그간 잊지 못한 살마들을 보낸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붉게 물든 하늘에 

그간 함께 못한 사람들을 올린다 

시간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난 추억이란 댐을 놓아 

미처 잡지 못한 기억이 있어 

오늘도 수평선 너머를 보는 이유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날 애싸는 단풍에 

모든 걸 내어주고 살포시 기대본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다 익은 가을내에 

허기진 맘을 붙잡고 곤히 잠이 든다 

가슴이 꽃과 나무 시들어지고 

깊게 묻혀 꺼내지 못할 기억 

그곳에 잠들어 버린 

그대로가 아름다운 것이 

슬프다 슬프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노란 은행나무에 

숨은 나의 옛날 추억을 불러본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으로 감은 눈을 꼭 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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