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토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나랑 Sep 22. 2024

[마음 내어놓기]


숱이 많은 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릴 만큼 

강풍이 부는 날이 싫었어요. 

그런 강풍에 혹여 날아갈까 

막아주고 손잡아 주는 이는

그 어느 누구도 없었거든요. 

눈이나 비가 오는 날도 싫었어요. 

혹시라도 춥진 않을까, 

집으로 오는 길이 힘들진 않을까, 

학교, 학원 앞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려주는 이, 하나 없었거든요. 

서른이 넘어서는 화창한 날도 싫더라구요. 

날은 저렇게 화창한데 난 서비스직이기에 

손님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감정 쓰레기통이나 

해야 한다는 현실이 소름 끼치도록 싫었어요.

그런 인생을 살아온 나의 그 상처가 

마음의 벽이 아닌 마음의 울타리가 되기를… 

바람이 부는 날엔 창가에 내놓은 화분을 내려놓고,

눈과 비가 오는 날엔 그 화분의 꽃에도 내리라고, 

또 화창하고 맑은 날엔 햇볕을 쬐며, 

예쁜 구름이 그려진 하늘을 보라고, 

내려놓은 그 화분을 다시 올려놓는 거예요. 

그렇게 화분을 내어놓듯 마음도 내어놓기를…… 

마음이라는 건 모르면 궁금하고, 

기대하게 되고 오해가 쌓이기 마련이에요.

알고 나면 실망하고 허무해지고, 

서운함이 쌓이기도 하죠. 

마치 탄산 가득한 콜라가 

김빠진 콜라가 되는 것처럼요. 

하지만 내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궁금해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으면서 

멋대로 실망하고 오해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건 

더 가까운 곳에 있죠. 

그건 나 자신뿐이에요. 

나라도 내 마음을 궁금해하고 기대하고, 

실망하더라도 오해는 하지 않으며, 

서운함보다는 이해하고 보듬어 주면 돼요. 

해맑게 웃던 내가 보고 싶고, 

희망을 말하던 내가 너무 보고 싶어요.

그래서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내가 하늘을 올려다보나 봐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예쁜 구름을 보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나 봐요. 

<바람 부는 날 - 나태주>

너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니? 

구름 위에 적는다 

나는 너무 네가 보고 싶단다! 

바람 위에 띄운다 

<민물 장어의 꿈 - 신해철>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른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찾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