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때, 사는 게 지옥 같았던 시절,
유일하게 위로가 되었던 친구 하나를
허망하게 떠나보내야 했어요.
어린 나이에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건지,
발인이나 장례식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아무것도 기억 나는 게 없어요.
처음 몇 년은 납골당에도 못 갔어요.
한 줄기 희망과도 같던 친구를 나에게서
빼앗아 간 하늘이 너무 원망스럽고,
친구의 이름이 적힌 납골함만 보면
자꾸만 눈물이 나서요.
다음 몇 년은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만 남겨두고 가버린 친구가 미웠어요.
유일하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준 친구가
더 이상 옆에 없고, 혼자 살아남아
살아갈 자신도, 희망도 없었거든요.
그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친구의 시간은 멈춰 있는데
내 시간만 전속력으로 지나갔어요.
그렇게 조금씩 잊혀질 줄 알았어요.
근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왜 점점
그 친구가 그리워질까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 그 친구를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네가 없던 세상은 너무 삭막했고,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사는 게 지옥 같았던 시절,
내 옆에 있어줘서 항상 고마웠고,
덕분에 큰 위로가 되었다고,
너와의 짧은 추억만으로
다시 살아갈 힘이 되었다고.
나를 남겨두고 간 너에게
네가 너무 많이 보고 싶어서
이 말을 해주러 더 빨리 가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우는 너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니까,
난 네가 우는 게 제일 싫으니까.
그래서 조금 늦게 왔어. 미안해.“
<너를 두고 - 나태주>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신해철>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의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갈 때
같이 닮아 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대여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