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무가 울창하고
비교적 공기가 좋아서
밤엔 별이 많던 곳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견디기 힘들 만큼 끔찍했지만,
그 와중에도 유일하게
좋았던 기억이 딱 하나 있어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거였어요.
그 후로 천문학자가
꿈이었을 정도로 좋아했죠.
공부엔 재능이 없어서
포기해야 했지만요.
낮엔 그린 것처럼 뭉게구름이
예쁘게 떠 있는 맑은 하늘을,
밤엔 수많은 별이 수놓은 하늘을,
일몰, 일출 때 서서히 물드는
노을 진 하늘을 보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질리지 않는
제 인생의 유일한 낙이에요.
가끔 퇴근길에 날씨가 좋으면
한 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가곤 해요.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보면서,
귓가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 기분이 안 좋다가도
금세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렇게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고,
어떨 땐 그 시간이, 그 거리가
짧게 느껴져서 동네를
한 바퀴 더 돌기도 해요.
운동이라면 질색하는 내가
숨쉬기 다음으로 좋아하는
운동이기도 하죠.
하늘, 별, 달, 은하수, 구름, 노을…
이런 단어들만 봐도 기분이 좋아요.
왜 그럴까요.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순간만큼은
평온해지고 숨통이 트이니까,
내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시켜 주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닐까요.
간혹, 정말 숨이 막히도록 지치고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위로가 될 때도 있어요.
“오늘 하루 힘들었지? 수고했어”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항상 너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어”
“언제나 너의 곁에 있다는 거 잊지 마”
“늘 너의 편이야”
이렇게 말해주는 거 같기도 해요.
그래서 하루 종일 그렇게 참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 적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들어요.
‘죽으면 이건 더 이상 못 보겠구나’
‘이렇게 예쁜 거 더 보려고, 더 많은 날,
더 많은 순간을 살아야겠다‘
‘누가 왜 죽지 않고 사냐고 물으면
하늘, 별, 달, 은하수, 구름, 노을
이라고 말해야겠다‘ 라고…
<별 - 나태주>
너무 일찍 왔거나
너무 늦게 왔거나
둘 중에 하나다
너무 빨리 떠났거나
너무 오래 남았거나
또 그 둘 중에 하나다
누군가 서둘러 떠나간 뒤
오래 남아 빛나는 반짝임이다
손이 시려 손조차
맞잡아 줄 수가 없는 애달픔
너무 멀다 너무 짧다
아무리 손을 뻗쳐도
잡히지 않는다
오래오래 살면서
부디 나 잊지 말아다오
<A poem of stars: 별의 시 - 신해철>
어둡고 무거운 저 하늘
어느 구석에조차
별은 눈에 띄지 않고 있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야
희망은 몹시 수줍은 별
구름 뒤에만 떠서
간절한 소원을 가진 이조차
눈을 감아야만 보이네
내 마음의 그림 안에선
언제나 하늘 가득 별이 빛나고
바람의 노래를 보면은
구름의 춤이 들려
하늘의 별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가는 것은
땅 위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말라가기 때문에